'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확실한 장단점을 안고 있는 영화다. 정윤철이라는 실력파 감독에 황정민 전지현이라는 톱 배우들로 꾸려진 라인업은 축복에
가깝다. 이들이 만든 영화에 기대를 갖지 않는 관객들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한껏 부풀어 오른 기대감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내 관객들의 취향과
아울러 우려를 자아내기에도 충분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실제로 지난 월요일(21일) 최초 공개된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는 이같은 장단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3년째 소규모 프로덕션에서 휴먼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PD 송수정(전지현). 그녀는 밀린 월급 대신 챙겨나오던 카메라를 날치기한 도둑과
추격전을 벌이다 자신이 슈퍼맨이라고 주장하는 한 사나이(황정민)를 만나게 된다.



늘 꽃무늬 프린트가 찍힌 셔츠 차림인 자칭 '슈퍼맨'은 '대머리 악당이 자신의 머리 속에 크립토나이트를 박아놨다'고 주장하며 기행을 일삼는다.
수정은 제 정신이 아닌 듯 하지만 왠지 끌리는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혹시나' 해서 슈퍼맨을 병원에 데리고 간
그녀는 깜짝 놀란다. 엑스레이 사진에 나타난 그의 머리 속에는 정말 뭔가가 박혀 있었던 것.



그의 머리 속에 박힌 물체는 뭘까. 그는 도대체 무슨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걸까. 영화는 바로 이 궁금증을 풀어나가면서 '말아톤'에서 보여졌던
정윤철 식 감동을 선사한다. (스포일러의 우려가 있으므로 자세한 언급은 생략한다. 다만 '슈퍼맨'이라는 명사와 '이었던'이라는 과거형 조사에
힌트가 숨어 있다)



정신의 경계선상을 넘나드는 '슈퍼맨' 역할을 잘 소화해낸 황정민은 역시 대한민국 정상급 연기파 배우라 할 만 하다. 본인 스스로 신이 난
듯 확신에 찬 연기가 자칫 '오버'로 비춰질 수는 있지만 말이다.



'데이지'의 참패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전지현은 무난했다. 워낙 수정의 역할 자체가 큰 존재감이 없는 탓이기도 하지만, 자기
몫은 충분히 해 냈다. CF 속 스타일리시한 모습에 익숙해진 팬들로서는 그녀의 '쌩얼'을 보는 느낌도 색다를 듯 하다.



한데 문제는 기본적으로 이야기 자체가 너무 밋밋하다는 데 있다. 이야기는 시종 웬만한 관객이라면 능히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전개된다.
더욱이 판타지와 현실의 모호한 경계는 일반 관객들로 하여금 감정 몰입을 힘들게 하는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감동을 짜낸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정 감독의 존재가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분명 나름대로의 미덕은 있는 작품이다. 결국 팬들의 사전 기대치가 흥행의 관건이다.







[☞ 웹신문 보러가기] [☞ 스포츠조선 구독]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