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최근 지난 13년간 고수해 온 유니폼을 버리고 새롭게 디자인한 유니폼을 발표했다.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2002, 2005, 2006년)의 영광이 서린 '복덩이' 유니폼이었지만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오랜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이를 계기로 스포츠조선은 프로야구 선수 80명을 대상으로 '역대 최고와 최악의 유니폼'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최고는 LG의 현재 홈 유니폼, 최악은 90년대 태평양 원정 유니폼'이라는 특집기사를 지난 19일자에 게재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네티즌들은 이 기사에 수백개의 댓글을 달며 각자 최고와 최악의 유니폼을 꼽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스포츠조선은 이 기사의 후속탄으로 설문조사 과정에서 선수들이 밝힌 역대 유니폼에 대한 갖가지 품평을 소개한다. 또 이번에 삼성이 유니폼을 바꾼 취지와 역대 유니폼 패션 변천사, 과거 유니폼에 얽힌 사연, 한-미-일 유니폼 인연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았다. < 야구부>

수십년전에 그라운드를 누볐던 추억의 유니폼을 보면 제일 먼저 무슨 단어가 떠오를까.

아무래도 유행이 떨어지다 보니 '촌스럽다'는 생각이 앞선다. 하지만 직접 유니폼을 입었던 당사자들에겐 나름대로 소중한 의미가 있다. 땀과 젊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역대 유니폼중 가장 강렬한 느낌을 주었던 해태의 빨간색 상의, 검정색 하의는 선수들에게도 강한 자부심을 줬다. 창단부터 KIA에 인수될 때까지 해태는 이 색상 조합을 원정 유니폼으로 고수했다. 무려 9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만큼 바꿀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이 유니폼은 김동엽 초대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당시 다른 구단들은 유니폼을 정하면서 일본프로야구팀의 디자인을 많이 차용했다. 하지만 해태는 개성 강한 컬러인 빨강에다 전대미문의 '검은색 바지'를 선택했다.

지난 2001년 해태가 KIA에 인수되면서 이 유니폼은 사라졌다. 팀이 바뀐 탓도 있지만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여름철 빨간 상의와 검은 바지의 조합은 태양볕을 있는대로 다 빨아들였다. 땀은 비오듯 흘러내렸고, 여름내내 땀띠를 달고 살아야만 했다. 80년대 해태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순철 KBO 기술위원은 "요즘처럼 땀이 잘 배출되는 재질이 아니라 바지엔 늘 땀이 찼다"며 "나처럼 도루와 슬라이딩을 많이 하는 선수들에겐 엄청나게 방해가 됐다"고 회고했다.

LG 전신인 MBC 청룡의 원정 유니폼은 상하의 모두 짙은 파랑색에 '청룡'이라는 글자를 가슴에 박았다. 이 역시 세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당시 선수였던 김재박 감독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괜찮은 유니폼으로 꼽혔었다"고 말했다. 롯데는 두 차례 우승(84, 92년) 당시 입었던 파란색 유니폼이 부산 팬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는다. 요즘도 야구장에 파란색 원정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92년 우승 주역인 박정태 코치는 "예전엔 유니폼을 달라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그것도 고민이었다"고 한다. 요즘처럼 유니폼을 쉽게 구할 수 없었기 때문. 그래서 박코치는 자신이 입었던 유니폼을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선물했다. 박코치는 "파란색 유니폼은 모두 팬들에게 선물하고 남은게 없다. 야구하는데 가장 큰 힘이 되는 팬들이 유니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인기구단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다운 팬사랑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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