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첫 외신 기자회견에선 이 당선자 오른쪽에 앉은 30대 청년이 유창한 영어로 통역을 맡았다. 외교통상부에서 파견된 김일범(35·외무고시 33회) 서기관이다. 이 당선자는 당선 전까지는 필요할 때마다 개인적으로 통역을 구해 썼지만, 당선자로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외교부에서 정식으로 통역요원을 지원받았다. 지난 4일 페리(Perry) 전 미 국방장관 등 미국 인사들이 이 당선자를 방문했을 때도 당선자 옆에는 김 서기관이 있었다.

김 서기관은 외국어 능통자를 대상으로 하는 '외시 2부 수석' 경력이 말해주듯 외교부 내에서 손꼽히는 영어 실력자로 통한다. 이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 후반기와 노무현 대통령 초기에도 통역을 맡는 등 '영어'로만 3대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연세대 재학 시절 교내 그룹사운드 '소나기'의 드러머로도 활동한 재주꾼이다. 싱가포르·덴마크 대사, 오사카 총영사 등을 지낸 김세택 전 대사가 그의 아버지다.

한편 노 대통령의 영어통역은 김 서기관 이후 이여진(34·외시31회)·이성환(32·외시33회)·정의혜(33·외시31회) 서기관이 이어받았다. 이성환 서기관이 통역을 담당할 때 아버지인 이태식 대사가 주미대사에 임명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