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지면 덥석 문다. '떡밥'이란 걸 알면서도 냉큼 문다.

하지만 그들, 잠재관객들은 던져진 '떡밥'을 자기 방식대로 요리해 UCC를 만들고, 팬아트(Fan art·주로 팬들이 영화 캐릭터, 의상 등을 스케치해 올려놓는 작품) 혹은 토론 사이트를 만들어 또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즐긴다. 영화사를 홍보하는 측은 '놀이터'만 제공할 뿐이다. 기존 영화 마케팅이 공급자 중심의 '일방형'이었다면, 이젠 전 세계가 함께 노는 '인터랙티브(쌍방향)형'이 되고 있다.

◆세계가 함께 즐긴다.

24일 미국서 개봉 예정인 괴수 영화 '클로버필드'. '로스트' '미션 임파서블3'의 제작자인 JJ 에이브럼스 제작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부터 '괴물의 정체'라는 티저 광고만 날려 놓고 괴물의 실체는 보여주지 않았다. 미국 네티즌들은 머리에 문어가 달린 바다 신(神) '크툴루', 봉준호 감독의 '괴물' 등에 등장한 괴물들을 제시하며 '그 놈의 정체'를 나름대로 추리해갔다. 미국 호러 영화 마니아 사이트인 '슬래시 필름'(www.slashfilm.com) 역시 '이게 그 괴물이다' '알고 보니 아니었다'라는 팬들의 논쟁이 뜨거웠다. 팬들이 상상을 통해 그린 괴물 그림도 수백여의 사이트에 퍼지며 인기를 끌었다.

①②③은 영화 '클로버필드'에 나온다는 괴물의 생김새에 대해 팬들이 추측해 직접 그린 그림들. 출처 www.wayangtopia.com ④는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UCC 공모 이벤트 홍보 포스터 중에서.

'유튜브'나 온라인 가상 세계인 '세컨드 라이프' 등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 점도 영화 마케팅을 다각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지난해 미국에서 예상외로 흥행한 '디스터비아'의 경우 '세컨드 라이프'를 통해 배우와 감독이 영국, 독일, 스페인 등 30여 개국 기자들과 동시에 접속해 인터뷰를 하고, 기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세컨드 라이프'를 통해 또 수십만의 사용자들과 동시 접속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웹(Web)3.0' 시대의 신호탄?

영화사가 영화 마케팅을 위해 '뭔가'를 던지지만, 요즘 영화 소비자들은 새로운 '생산물'을 만들어낸다. 이를 동시대 시공간을 초월해 정보를 생산하는 '웹 3.0' 시대의 상징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웹3.0은 한마디로 '인간의 두뇌처럼 생각하는 웹이 적용된 검색엔진'이다. 하나의 문제를 풀기 위해 네트워크상에 있는 수많은 컴퓨터 자원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고, 전 세계 모두를 모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클로버필드'의 '괴물'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용자들이 추측해 놓은 '괴물의 정체'라는 '정보'가 모이고, 팬들은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아 소비하는 것이다.

e비즈니스 컨설팅 업체인 아이파트너즈 이수현 과장은 "영화 '디스터비아'가 '세컨드 라이프'를 이용해 전 세계 30여 개국 사람을 동시에 모은 걸 보면, 시공간을 초월해 '정보를 공유'한다는 색다른 시도가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팬' 덕을 보다.

아직 우리나라 영화 관객, 혹은 네티즌들의 '쌍방향성'은 미국에 비하면 매우 단순한 차원에 머물고 있는 것도 사실. 10일 개봉한 영화 '미스트'는 안개 낀 서울 사진을 찍어 개인 블로그에 올려놓은 팬의 작품을 따와 '서울에도 미스트 출현?'이라며 영화 홍보에 이용하기도 했다. 3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얼마 전 UCC 포털 사이트인 '판도라TV'와 손잡고 '당신이 슈퍼맨입니다'라는 UCC 공모전을 열고 있다. 태안 반도 자원봉사자에서부터 소방관들, 자기들이 좋아하는 운동선수에서부터 '언제나 슈퍼맨' 같은 부모님 영상 등 현재 80여 점의 UCC가 올라와 있다. 이벤트를 기획한 CJ엔터테인먼트 연동은 대리는 "내용이 감동적이고, 퀄리티도 좋아서 영화 광고 이미지로 쓰거나 엔딩 크레딧 뒤에 그 영상을 붙여볼까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