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1991년에 동물보호법이 제정됐으나 실제로는 껍데기 규정에 지나지 않았다. 동물보호단체의 노력으로 올 1월 27일부터 시행될 동물보호법에 의해 동물들의 복지가 향상된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구체적인 시행령, 동물 유기를 방지하고 책임 있는 보호를 위한 동물 등록제 실시, 실험의 적절성을 윤리적 차원에서 판단하기 위한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설치와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특히 무자(戊子)년 쥐띠 해에 동물 실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실험용 쥐들의 복지가 업그레이드되는 법이 마련됐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쥐가 실험용으로 많이 쓰이는 이유

인간 질병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동물이 실험용 쥐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실험동물의 80%를 차지하는 쥐는 포유류이면서도 체구가 작고 관리가 쉬워 실험용으로 많이 쓰인다. 세대가 짧고, 침팬지 다음으로 인간과 가까운 유전자 형태를 띠기 때문에 유전 질환 연구에 적절하다. 작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유전자 적중(gene targeting)' 기술은 쥐에서 특정 유전자 하나만 빼내 그 유전자의 기능을 아는 데 필요한 실험동물을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은 암, 당뇨병, 치매 같은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없앤 쥐가 사용된다. 인간과 동물의 유사성에 바탕을 두고 동물실험을 하는 것은 유비추리의 대표적 사례이다.

쥐목(目)의 하나인 햄스터가사육사의 손에서 놀고 있다.

◆동물 실험의 효과에 대한 논쟁

▶ 효과 있다 : 문헌상 최초로 동물을 해부해 동물마다 장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밝힌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동물은 인간의 건강을 위한 실험 대상이었다. 광견병, 소아마비, 풍진, 홍역, 결핵 같은 질병의 예방 백신은 동물 실험에 의해 개발됐다. 아직도 에이즈 바이러스나 각종 암 치료제 개발은 동물 실험에 의존한다. 동물 실험 과정에 자연스럽게 배우는 해부 기술은 장기 이식이나 심장 개복 수술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 효과 없다 : 동물과 인간의 외양적 유사성에서 출발한 동물 실험이 얼마나 믿을만한가에 대한 비판이 많다. 동물실험을 통해 안전하다고 알려진 약물을 사람이 먹고 부작용이 생긴 사례는 수없이 많다. 동물과 인간이 약물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고, 동물 실험 중에 실험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는 결과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인간의 세포를 배양하거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같은 대체법으로도 실험의 효과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동물 실험의 윤리성에 대한 논쟁

▶ 실험 찬성 : 이성을 가진 인간의 합리적 삶이 본능에 충실한 동물의 삶보다 본질적으로 가치가 크다. 엄청난 양의 동물이 치킨 프라이드, 삼겹살, 고등어 조림 등 식용으로 사용되는 체제에서 의학 연구에 쓰이는 동물의 삶이야말로 좀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죽기 전에 인간처럼 고통을 실제로 느끼는 동물은 별로 없다. 법적인 규제가 제대로 마련된다면 실험 동물 학대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 실험 반대 :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생존에 대한 기본적 권리가 있다. 연구를 위한 죽음은 희생이 아니라 타살이다.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한, 아무리 엄격한 규제를 한다고 해도 동물학대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 동물은 실험을 위해 철창 안에 갇혀 지내는 순간부터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 년에 한 번 위령제를 지내는 것만으로는 동물 실험을 정당화할 수 없다. 인간의 복지 못지않게 동물의 복지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