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언어영역 출제 분석
제7차 교육과정이 적용된 네 번째 시험인 이번 2008 수능 언어영역의 출제 경향 및 문제 유형은 2007년 치러진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그대로 반영한 시험이었다. 이는 모의평가를 실시하는 근본 취지에 맞게 모의평가의 출제 경향을 2008 수능에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험은 80분 50문항 체제로 실시된 첫 시험이었는데, 그간 문제 풀이 시간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반영해 지문과 문제의 길이를 줄여 분량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 시도했다. 그러나 비문학 지문들이 익숙하지 않은 소재를 다루어 독해하기가 까다로웠고, 문제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쉽게 정답을 찾을 수 있는 만만한 문항들이 별로 없어서 그리 시간적 여유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이번 2008 수능에서도 상위권 변별을 위한 고난도 문항 출제 경향이 지속됐다. 특히 이번 수능은 수험생의 성적이 등급으로만 제공됐으므로, 등급이 안정적으로 산출될 수 있도록 쉬운 문항과 어려운 문항을 적절히 안배해 변별력을 갖추도록 했다. 독해하기 쉬운 글을 지문으로 선정했던 2007 수능과 달리 2008 수능에 나온 비문학 지문들은 독해하기가 약간씩 까다로웠다.
듣기나 쓰기에서는 그림이나 사진 자료를 활용한 문제가 없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이는 지난 해 9월 모의평가 때부터 나온 경향으로 문항수가 50문항으로 줄어든 언어영역에서 그림 문제 형식을 내는 것은 언어영역의 평가영역에서 벗어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듣기를 쓰기와 통합하여 출제한 2번 문항이 다소 특이했다. 어휘·어법에서는, '접미사'의 결합에 대한 맞춤법 규정을 〈보기〉로 제시한 12번 문제가 다소 까다로웠다.
비문학 영역에서는 심화된 읽기 능력을 필요로 한 33번, 46번 문항이 눈에 띄었다. 33번은 개구도(開口度)를 중심으로 음절의 말소리를 개구도의 크기에 따라 부등호로 표시하는 원리를 적용하는 문제인데, 지문에서 설명한 내용을 실제 말소리의 분석에 응용하는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특이했다. 46번은 지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른 상황에 적용해 보는 문제인데, 할인율과 관련된 지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독해할 수 있어야 풀 수 있는 고난도 문항에 속한다.
이외에도 루뱅 보쟁의 정물화 〈체스 판이 있는 정물―오감〉의 미학적 특징과 의미에 대해 다룬 글을 대상으로 지문의 해당 구절과 유사한 사례를 찾게 한 42번이 약간 어려웠다.
문학 영역에서는 극문학을 출제했다. 아주 낯선 작품은 나오지 않았고, 문제가 평이했다.
장르 복합 지문으로 현대시와 고전 시가를 엮어 6문항 출제하고, 수필 대신 극을 선정했다. 수능에서 극문학이 출제된 것은 2003 수능 이후 5년 만이다. 고전 시가인 권호문의 '한거십팔곡(閑居十八曲)'을 제외하면 대체로 익숙한 작품들이 출제됐다. 김수영의 시 '사령(死靈)'은 교과서에 실려 있지 않지만, 각종 교재나 참고서에서 자주 등장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고전 소설은 2000 수능에 출제된 바 있는 '사씨남정기'를 대목을 달리해 다시 출제했다. 문학사적으로 의의가 있는 작품은 반복 출제하겠다는 출제 방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절의 감추어진 내용을 추리하는 29번이 다소 까다로웠고, 나머지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2009학년도 수능도 2008학년도 수능과 모든 면에서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한다. 대체로 평가원은 수능시험 언어영역에 관한 한, 출제경향이나 난도 측면에서 항상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소간의 변화는 가능하지만 급격한 난도의 변화 등은 없을 것이다.
2009학년도 언어영역 대비는 이렇게
그러면 어떻게 2009 언어영역을 대비해야 할까?
우선 어휘력을 길러야 한다. 고3 수험생이 되고 나면 무조건 문제를 많이 푸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문 분석력이 바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만 많이 푸는 것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이다. 문학보다 비문학의 비중이 높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지문을 독해하는 능력은 언어 영역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독해의 근본은 어휘력이다. 따라서 고3이 됐다고 무조건 문제만 많이 풀려 하지 말고, 어휘력을 기르면서 지문 하나를 읽더라도 지문의 핵심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음으로 지문을 분석적으로 읽는 연습을 해야 한다. 비문학 지문으로 제시되는 내용 가운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뿐만 아니라 매우 생소한 내용과 개념도 있다. 따라서 지문에 제시될 가능성이 있는 내용 모두를 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시된 지문의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많은 글을 분석적으로 읽어야 한다.
또한 글에 제시되는 각종 개념과 용어들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개념과 용어에 대한 이해는 해당 개념과 용어의 앞뒤에 제시되는 각종 예를 통한 세부 설명을 잘 살펴야 보다 명확하고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글에 제시된 내용과 유사한 사례를 찾아 적용해 보는 과정을 거친다면, 대부분의 비문학 문제에서 고난도로 제시되는 적용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 작품은 특정 갈래에 치우치지 말고 다양하게 학습해야 한다. 이번 시험에서는 현대시와 고전 시가가 장르 복합되고 극문학이 출제됐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이 항상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수필과 고전 시가가 장르 복합되고 현대시가 단독으로 출제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양상을 띨 수 있다. 그리고 몇 개의 작품이 엮여서 출제될 때에는 대체로 낯익은 작품과 낯선 작품이 함께 묶이지만, 낯선 작품 혹은 낯익은 작품만이 묶이기도 한다. 따라서 현대시와 고전 시가가 장르 복합된 문제만 풀거나, 낯익은 작품은 미뤄 두고 낯선 작품만을 공부하는 등 한쪽에만 치우친 공부는 삼가고 다양하게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18종 문학 교과서를 수록 작품을 기준으로 하면서 EBS 교재에 실린 작품들을 보완해야 한다. 물론 문학의 장르적 지식은 기본으로 학습해야 한다.
그 외 문법적 지식을 습득하는데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2008 수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법이나 언어학 제재의 심도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문법]교과서나 [국어] 교과서를 통해 문법적 지식도 철저히 학습해야 한다. 또한 기출문제는 가장 좋은 학습자료이다. 좋은 문제로 연습을 해야 효과가 있다. 수능 기출이나 평가원 모의평가, 사설모의고사 문제 등 검증된 문제를 바탕으로 정답과 오답을 찾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EBS를 이용한 국어듣기 연습도 틈틈이 해두면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