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31일 축구 한-일전이 열린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
득점 없이 팽팽히 맞서던 전반 40분, 감각적인 왼발 선제결승골을 터뜨린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 갑자기 상의를 벗고 한국 응원석 쪽으로 달려갔다. 땀으로 젖은 양어깨엔 놀랍게도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오른쪽엔 십자가, 왼쪽엔 'HYEWON LOVE FOREVER(혜원 러브 포에버)'.
아내 이혜원씨에 대한 사랑을 나타낸 이른바 '문신 세리머니'는 '반지 세리머니'에 이어 팬을 또 한 번 열광시키며 자신의 스타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혜원씨가 나중에 방송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 문신은 원래 커플이 함께 하기로 한 이벤트였다. 안정환 부부는 사랑의 징표로 함께 문신을 남기기로 하고 시내의 한 문신 전문점을 찾았다. 그런데 문신 과정에서 남편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 이씨가 바로 포기하면서 문신은 안정환 만의 이벤트가 됐다.
농구 코트에선 어느 종목보다 문신을 자주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이 문신을 즐기기 때문이다.
KT&G의 테크니션 마퀸 챈들러는 어느 누구보다 화려한 문양을 자랑한다. 여기엔 가슴 아픈 사연도 있다. 왼 어깨에 새겨진 가족의 이름엔 일찍 세상을 떠난 누이도 포함돼 있다. 언제 어디서나 고인을 기억하자는 각별한 의미다. 오른 어깨는 십자가가 멋들어지게 장식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문신을 터부시하지 않는 성격이 반영돼 있다.
용병 드래프트에서 전자랜드에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테렌스 섀넌은 한자로 '父母(부모)'를 새겼다. 섀넌은 "내 부모 뿐 아니라 자식까지 생각하는 가족 사랑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한다.
문신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격투기에도 개성과 신념이 담긴 문신이 많다.
브라질 출신의 마우리시오 쇼군은 왼팔에 성모마리아, 오른팔에 사무라이를 그려 종교를 나타내면서 자기 홍보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동향인 반더레이 실바 역시 '하느님께 감사한다'는 내용의 문신으로 종교적인 신념을 드러낸다.
뉴질랜드 출신의 마크 헌트는 사모아 전사의 이미지를 부각하고자 사모아의 전통 무늬를 그려 넣었다. UFC의 '로마 병정' 알레시오 사카라도 로마에 관련된 그림과 문양을 온몸에 새김으로써 로마 출신으로서의 긍지를 불태운다.
- Copyrights ⓒ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