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이 10일 중앙위원회의를 열어 손학규 前전 경기지사를 새 대표로 선출했다. 손 대표는 당선 뒤 "우리의 과제는 반성과 쇄신과 변화이다. 대선에서 국민이 준 엄중한 질책과 채찍을 낮은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국민이, 사람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진보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도 했다.

신당은 가깝게는 김대중·노무현 두 정권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고, 멀게는 1950~1960년대 민주당의 맥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는 정당이다. 그런 당이 불과 몇 달 전에 신당에 몸담은 손 대표를 뽑은 것은 얼마나 사정이 절박한지를 보여주는 것이자, 우리나라 야당사에 남을 사건이기도 하다.

신당이 손 대표를 내세운 것은 당장의 총선 때문일 것이다. 당의 이념적·행태적 左偏向좌편향을 대선 대패의 핵심 원인으로 읽고 손 대표의 경기지사 경력을 수도권 총선에 활용하면서, 당 호적부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흔적도 최대한 묽게 해 보려는 생각이다. 실제 손 대표 카드를 밀고 나간 사람들은 수도권의 386 세력이었다.

그러나 손 대표 앞은 첩첩산중이다. 이해찬 전 총리가 "손 대표가 정치 생활을 했던 한나라당의 정치적 지향은 내가 추구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라며 이날 탈당했다. 이런 '이념형 탈당' 세력은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신당 충청권 의원들은 총선에서 살기 위한 '생계형 탈당'을 모색하고 있다. 새 정부의 기세가 높은 상태에서 이렇게 신당이 안에서부터 무너지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어떻게 치를지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손 대표와 신당으로선 샛길이 아닌 큰길로 가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신당은 대선에서 사상 최대의 표차로 패하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통절한 반성과 자기 성찰이 없이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는 없다. 신당엔 지난 5년간 국민에게 절망을 준 사람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신당이 인적 쇄신을 이루지 못한다면 손 대표를 뽑은 의미 자체가 퇴색될 것이다.

지금 신당은 한나라당도 아니고 민주노동당도 아니면서 뚜렷한 자기 정체성을 국민 앞에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제 눈 속의 대들보는 못 보고 남의 티끌이나 찾아 탓하면서 손가락질하는 못난 모습만 보여 국민들로부터 혐오를 받아 왔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에 오래 몸담았지만 정치 노선 자체는 중도 진보 쪽에 가까웠던 사람이다. 이제부터 신당은 이명박 정부의 실용적 新신보수주의 기조에 대항하는 구체적 정책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손학규 대표'는 손 대표 개인으로서도 신당으로서도 모두 정치적 모험이다. 이 모험의 成敗성패는 손 대표와 신당이 지금의 한반도 정세와 국내 정치 지형에 맞는 새로운 야당의 길을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이 겸손하게 야당의 존재 이유를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느냐는 것 역시 관건이다. 총선까지 남은 석 달은 길지도 않지만 짧지만도 않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