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이론가 중 한 명인 주대환(周大煥·53·사진) 전 정책위의장은 28일 "현재 민노당 위기의 핵심은 '김일성 주의자'들이 당의 안방을 차지한 것"이라며 "이제 자주파와 노선 정리를 끝내고 제2의 창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언급은 대선 참패의 책임 소재를 놓고 민주노동당 내 소수파인 평등파(PD) 그룹이 다수파를 차지하고 있는 자주파(NL)를 '친북(親北) 세력'으로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파장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주 전 의장은 이날 조선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민노당은 원래 영국 노동당을 모델로 창당된 당이고, 이 모델의 핵심은 '실용적 좌파'인데, 민노당이 국회에 진출한 이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소멸하지 않은 김일성 주의자들이 갈 데가 없으니까 당에 들어와 기생하면서 노선이 변질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전 의장은 '친북' 문제를 제기한 것이 '해당(害黨) 행위'라고 자주파측에서 반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이 민노당과 북한 조선노동당과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 명확히 정리하는 게 필요하며, 이는 국민의 당연한 요구"라며 "당원이나 지지자 대부분은 김일성 주의자가 아닌데도, 지금까지 문제제기가 없다 보니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이 문제를 전면에 꺼내 노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주 전 의장은 “(간첩사건인) ‘일심회’ 사건 관련자가 아직도 출당(黜黨)되지 않을 정도로 당 지도부나 의원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등 ‘내부 단합’이라는 이유로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쉬쉬해온 게 민노당의 위기를 불렀다”고도 했다.

그는 앞으로 민노당의 진로와 관련해 “당원 다수가 김일성 주의자가 아닌 만큼 분당(分黨)보다는 ‘유럽식 사회복지 국가’ 모델이나 ‘실용 좌파’ 노선에 기초한 제2의 창당이 필요하다”며 “민노당에 김일성 주의자가 기생하는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민노당 당원이자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인 홍세화씨는 이날 한 인터뷰에서 “자주파는 당을 통일전선전술의 시각에서 보는 ‘종북(從北) 주체’일 뿐”이라며 “이들이 당권을 잡고 있는 한 민노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