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면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웃 돕기’ 행사를 한다. 금년에도 역시 단체나 개인이 행사를 계획하고, 남녀노소 모두 동참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흐뭇하다. 그런데 ‘불우이웃 돕기’에서 ‘불우(不遇)’의 사전적 의미는 포부나 재능은 있어도 좋은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 현재 도움을 받고 있는 층이 불우에 속한다는 말인가. 다만 남보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불우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더구나 ‘불우하다’는 말은 통념상 “불쌍하다”, “안됐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몇 년 전 교직에 있을 때 전 교직원과 학생이 모은 성금으로 불우이웃 돕기를 했는데, 수혜자로 선정된 학생이 “나는 불우이웃이 아니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사절한 일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따라서 불우해서 돕는다는 의미처럼 들리는 ‘불우이웃 돕기’는 순수한 의미의 ‘이웃 돕기’로 표현을 바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