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맨’ 로저 클레멘스와 홈런왕 배리 본즈를 비롯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전현직 선수 89명이 스테로이드와 성장호르몬 등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미 메이저리그의 약물 복용 실태를 조사해온 미첼 위원회(위원장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는 13일 지난 10여년간 불법적으로 약물을 복용해 온 선수들의 명단을 담은 ‘미첼 보고서’를 공개했다. 위원회는 20개월에 걸쳐서 60명의 은퇴선수를 포함해 700여명을 인터뷰하고, 각종 수표와 이메일 등 11만5000쪽의 관련자료를 조사해 311쪽짜리 결과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 양키스의 전 트레이너인 브라이언 맥나미는 지난 1998년부터 2001년 사이에 적어도 16차례에 걸쳐 투수인 클레멘스에게 불법적인 약물을 주사했다고 진술했다. 클레멘스는 매년 최고의 메이저리그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 상을 7차례나 수상한 바 있는 미국 야구의 얼굴이다. 또 이미 위증죄로 기소된 홈런왕 배리 본즈를 비롯해 켄 카미니티, 호세 칸세코, 후안 곤잘레스, 모 본, 미겔 테하다 등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던 7명도 금지약물 복용자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뉴욕 양키스는 클레멘스 외에도, 앤디 페티트, 마이크 스탠튼, 제이슨 그림슬리, 데이비드 저스티스 등 2000년 뉴욕 양키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당시의 주전 선수들이 상당수 포함돼 명문 이미지에 큰 손상이 가게 됐다.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모두가 이번 사건에 관련된 것으로 조사됐다.
미첼 전 의원은 “메이저리그에서 지난 10여년은 스테로이드 시대였다”며 “선수 본인은 물론 각 구단과 메이저리그 사무국, 선수노조의 감싸기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큰 요인이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1919년 약물복용 때문에 시카고 화이트삭스 팀이 월드시리즈를 포기했던 이후 최대 사건이라고 전했다.
미첼 전 의원은 지난해 3월 30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스테로이드, 성장호르몬(HGH·human growth hormone) 등 금지약물의 복용 실태를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조사를 벌여왔다. 뉴욕 메츠 클럽하우스에서 일하면서 선수들에게 약물을 공급한 혐의로 기소된 커크 라돔스키 등으로부터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다. 보고서는 금지약물을 근절하기 위해 �외부기관을 통한 도핑테스트 정례화 �금지약물 구입 사실이 드러날 경우 즉각 조사권 발동 등 20개 항목의 개선사항을 권고했다. 사무국은 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약물심사를 강화하고, 선수들의 개별 사례를 조사해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전 마크 맥과이어(McGwire)는 스테로이드 복용 혐의로 명예의 전당 가입이 좌절됐었다.
미첼 보고서가 발표된 후 톰 데이비스 의원(공화·버지니아) 등은 즉각 청문회를 열고 위원회의 제안을 메이저리그에서 어떻게 수용하고 추가적인 제안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보고서를 발표한 미첼 위원장이 이사를 맡고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들은 약물복용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아 ‘봐주기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