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드라스뷔체, 메드베지(안녕하세요, 곰 아저씨)!’

블라디미르 푸틴(Putin) 러시아 대통령이 10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Medvedev) 제1부총리를 후계자로 지명하자, '폴릿소비에트' 등 인터넷 매체들이 11일 메드베데프를 환영한다는 의미로 쓴 표현이다.

제1부총리의 성(姓) 메드베데프는 러시아의 상징 동물인 곰(bear)을 뜻하는 러시아어 '메드베지'에서 파생됐다. 곰이 갖고 있는 친근함과 혹한에도 잘 견디는 강인함을 러시아 언론들이 시사한 것이다.

법학도 출신인 메드베데프는 2000년에도 ‘곰’이란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을 크렘린에서 보좌할 때 실무경험이 적다는 이유로, 보수파들로부터 ‘미쉬카(곰을 낮춰서 부르는 말)’로 불렸다. 그러나 이제 그를 ‘미쉬카’라고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러시아엔 없다. 그의 뒤에는 푸틴이 있기 때문.

푸틴도 물론 지난 6일 8~15세의 어린이들로 구성된 팬클럽 ‘미쉬키(복수명사인 곰들의 애칭)’ 집회에서 “러시아는 푸틴의 나라”라는 칭송을 받았다. 이날 집회에 등장한 셔츠엔 푸틴과 곰의 모습이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이달 초 러시아 총선에서 전체의석 450석 중 315석을 얻어 압승한 집권 '통합러시아당'의 상징도 백곰이다. 잠정 선거결과가 발표된 3일엔 백곰이 인쇄된 통합러시아당의 당기(黨旗)가 모스크바 시내를 뒤덮었다.

러시아가 15년 만에 장거리 비행 훈련을 시작한 전략폭격기 'Tu(투폴레프)-95'에 대해 나토(NATO)가 붙인 이름도 '곰 폭격기(Bear Bomber)'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