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민 서울시립대 강사

인간이 이기적 성향을 보인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이기성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인가, 아니면 학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습득된 것인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이 가지는 이기성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별 망설임 없이 대답할 것이다.

이제 정반대의 질문을 해보자. “인간은 이타적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타성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인가, 아니면 후천적으로 습득된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은 어느 정도는 이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이타적인 성향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왜 이타적 성향의 유래에 대한 질문은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까? 이런 어려움은 비단 우리들만 겪는 것은 아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생물학자들조차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윈도 동물의 세계에서 관찰되는 이타성을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모든 생물들은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을 하며 성공하지 못한 생물은 도태된다. 이런 현상을 기술하는 법칙이 ‘자연선택’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생물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생물학적 적응도를 높이려 애쓸 것이며, 이런 행위는 거의 ‘이기적 행위’이다. 반면 ‘자신의 생물학적 적응도를 낮추면서 타인의 적응도를 높이는 행위’인 이타적 행위는 ‘자연선택’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들이 이타적 행위를 하는 일은 생물학적 수수께끼에 속한다.

그런데 자연 현상에서 이타적인 행위는 비록 이기적 행위만큼 빈번하지는 않더라도 종종 발견된다. 다윈은 이런 현상을 ‘집단 선택’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다윈에 따르면, 개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기적 행위’가 최선의 전략이지만, 개체의 생존을 위해서는 집단도 필요하기 때문에 집단을 위한 ‘이타적 행위’도 진화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다윈의 주장은 ‘집단을 단위로 하는 진화의 속도’와 ‘개체를 단위로 하는 진화의 속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타적 성향을 가진 개체들로 이루어진 집단이 되기 위해서는 한 집단 속에서 이타적 개체들이 이기적 개체들에 대항해 생존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타적 전략보다 이기적 전략을 가진 개체들이 더 유리하다. 이타적 전략을 취하는 개체들의 생존 확률은 적어지게 되기 때문에 진화과정 상에서 이타적 행위는 도태될 확률이 높다. 즉, 이타적 성향은 ‘진화론적으로 불안정한 전략’이다. 그렇다면 이 이타적 성향은 어떻게 도태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을까?

이런 수수께끼를 해밀턴(W. Hamilton)은 ‘혈연선택(Kin Selection)’으로, 도킨스(R. Dawkins)는 ‘이기적 유전자’로 해결하고 있다. 해밀턴의 혈연선택에 따르면, 개미나 벌들의 이타적 행위는, 겉으로는 이타적으로 보일지라도 사실은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려는 이기성에 근거한 것이라고 한다. 여왕벌이 낳은 애벌레와 일벌은 평균 75%의 유전적 동일성을 갖는다. 그러니 자신과 50%의 유전적 동일성을 가진 자식을 낳아 키우기보다는 여왕벌의 애벌레들을 돌보는 것이 일벌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는데 더 도움이 되는 행위일 것이다. 유전자의 확산의 과점에서 볼 때, 일벌이 애벌레를 돌보는 행위는 이타적인 것이 아니라 이기적 행위가 된다.

해밀턴의 ‘혈연적 동일성을 갖는 개체’를 ‘유전자’로 대치한 생물학자가 도킨스이다.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설에서 생존의 단위는 개체나 그 개체와 혈연적 동일성을 갖는 다른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을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태초에 유전자가 있었고, 이 유전자가 자신의 불멸을 위해 생물들을 만들었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개체들의 ‘이타적 행위’는 단지 유전자의 확산을 위한 ‘유전자 관점에서의 이기적 행위’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이기적인 행위 외에도 자연현상이나 인간 사회에서는 자신과 혈연적 동일성이 없는 다른 개체를 돕거나 심지어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타적 행위’가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이타적 행위들은 어떻게 도태되지 않고 진화할 수 있었을까? 이 문제는 다음에 이어질 2부와 3부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