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논술 글을 보면 상투적으로 쓰는 표현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에도 불구하고’이다.

(1) 제약회사에서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여) 자신들의 약 판매량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2) 동인인 김성일은 일본의 침략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흉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그와 반대로 보고했다.

이 ‘~에도 불구하고’는 썩 부드러운 표현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 말은 법조문에서조차 종종 지나치게 딱딱한 표현으로 지적되고는 한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이 글의 격조를 높인다기보다는 오히려 생기가 없는 지루한 글을 만드는 주범이라는 생각을 갖자.

이 ‘~에도 불구하고’는 문맥에 따라 다양한 표현으로 바꾸어 쓸 수 있을 것이다. 위 (1) 예문은 지면상 중간 부분을 생략하여 다소 문맥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없으면서도’ 정도로 바꾸면 자연스러울 듯하다. (2) 예문은 문맥상 ‘있었으나’ 혹은 ‘있었지만’ 정도로 바꾸는 것이 무난할 듯하다.

허철구 창원대 국문과 교수

(1') 제약회사에서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으면서도 (···하여) 자신들의 약 판매량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2') 동인인 김성일은 일본의 침략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나(있었지만) 민심이 흉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그와 반대로 보고했다.



이와 같이 '~에도 불구하고'와 같은 어려운 표현보다 일상적으로 쓰는 쉬운 표현들이 글을 더 좋게 만들어 준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