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만큼 그들만의 은어가 널리 통용되는 곳도 없을 듯 하다. 그 가운데는 일본어의 잔재도 있고, 도저히 그 출처를 알 수 없는 단어도 있는데다 기술 발달 단계에 따라 점점 쓰이지 않는 말도 있다. 언젠가는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 상황을 더 정확히 묘사할만한 다른 대체어가 없을만큼 '촌철살인'의 표현력 때문에 야구인들 사이에선 여전히 '애용'되고 있다.

본지 야구면에 시리즈로 연재됐던 '그라운드 사투리'의 히트작들을 중심으로 야구판 속어들을 점검해 본다.

▶재봉틀: 발 느린 주자의 뜀박질에서 나온 은어. 발은 쉴새없이 놀리지만 좀체 앞으로 나가지 않는 모양을 바늘은 상하로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막상 천은 느릿느릿 이동되는 재봉틀에 빗댄 표현이다. 이대호나 김동주처럼 몸집이 큰 선수들이 나름 열심히 뛰지만, 속도가 나질 않는 것을 보면 "완전 재봉틀이구만… 쯧쯧"하며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곤 한다.

▶빵: 물론 먹는 빵은 아니다. '빵빵하다'란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배트의 가장 굵은 부분 즉, 공이 정통으로 맞는 부분을 일컫는다. 힘이 약하고 정교한 타자들은 방망이의 힘을 빌리기 위해 '빵'이 큰 배트를 선호하고, 장거리 타자들은 작은 빵을 더 좋아한다.

▶쪼단: 국적 불명, 정체 불명의 어원이다. 부상이나 혹사, 혹은 노쇠화로 어깨가 망가져 공을 잘 던지지 못하는 선수를 이르는 말로, "걔 어깨 '쪼단'된지 오래야"라는 식으로 활용된다.

▶삐리릭: 느리게 들어오는 공의 궤적을 그대로 흉내낸 의태어다. 속도가 느린 변화구를 총칭하는 말이다. 응용을 해보자면 "삼성 전병호, 그 '삐리릭'한테 완전히 당했어"라고 쓸 수 있다.

▶뒤집기: 원뜻에 비교적 가깝게 쓰이는 표현. 공이 몸쪽으로 날아올 때 맞지 않기 위해 몸을 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쩔 수 없이 무섭게 날아오는 공을 늘 대해야 하는 선수들의 '애환'이 담겨있는 말이다.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 일본전에서 이대호는 방망이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지만, 몸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살이 많은 허벅지 등으로 '뒤집기'를 하며 기술적으로 맞아 큰 충격 없이 출루를 하는 기술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밖에 번트를 뜻하는 '쫑', 한번 바운드된 공이 쇼트 바운드로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 마치 노바운드로 잡은 듯 '헐리우드 액션'을 취하며 심판을 속이는 동작을 일컫는 '따닥' 등도 그라운드에서만 쓰이는 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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