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제2차 국방장관회담 이틀째인 28일 평양에서 전체회의와 실무대표 접촉을 잇달아 열고, 합의문 초안을 교환하며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공동어로수역 설정 등에 대한 이견을 밤늦게까지 조율했으나, 서로 큰 입장 차이를 보였다.

NLL 및 공동어로수역과 관련, 남북은 회담 첫날과 똑같은 입장을 견지해 평행선을 그렸다.

김장수(오른쪽) 국방장관과 북한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28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 전체회의를 마친 뒤 회장을 나오고 있다.

남측은 NLL을 기준으로 등(等)면적으로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자는 입장인 반면, 북측은 NLL 아래쪽을 평화수역으로 지정, 그곳에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자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NLL을 무력화하고 새로운 해상경계선을 설정하려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우리측도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양측은 이날 밤 만찬장에서도 이견조율을 계속했으나 좁혀지지 않아 합의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결국 우리측 안(案)에 가깝게 합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공동어로수역 문제에 큰 이견이 나타남에 따라 문산~봉동 간 화물열차 운행(12월11일 예정)과 한강하구 개발, 해주 직항로 개설, 서울~백두산 간 직항로 개설 등에 필요한 군사보장 조치 등의 다른 의제들은 협의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측이 최대한 실리를 취하기 위해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분위기여서, 문산~봉동 간 화물열차 운행 등 경협의 군사보장 문제들에 대해선 이번에 합의를 보고, 미합의 사항에 대해선 남북 군사공동위나 장성급 회담을 통해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날 회담에서 북한 김일철(金鎰喆) 인민무력부장은 "NLL을 놓고 (남측) 수구파가 말씀을 많이 한다. 심한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전날 고(故)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가 회담장에 걸린 것을 놓고 남북 간에 실랑이가 벌어져 회담 시작이 늦어진 사실이 김 무력부장의 발언으로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남측 대표단 실무진은 첫날 전체회의에 앞서 송전각 초대소의 회담장에 걸린 초상화를 치워줄 것을 북측에 요구했다. 북측은 초상화를 절대 건드릴 수 없다며 거부했고, 30여 분간의 신경전 끝에 결국 초상화를 그대로 두기로 한 뒤 회담을 시작했다.

이날 김 무력부장의 문제 제기에 대해 김장수 국방장관은 "북측 회의장에 와서 그것(초상화)을 트집 잡는 것은 잘못됐다고 (부하들을) 꾸짖었다"고 말했다. 남북은 회담 마지막 날인 29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어 회담을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양측 이견이 커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