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미국의 최고령(46년) 항공모함인 ‘키티호크’가 훈련하고 있는 오키나와 인근 해역에서 중국의 최신예 쑹(宋)급 잠수함이 10여 척의 미 전함 경계를 뚫고 불쑥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거의 충돌할 뻔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1년 뒤, 지난 21일에는 중국 정부가 예정돼 있던 키티호크 항모와 호위함 4척, 잠수함 1척의 홍콩 입항을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이 탓에 키티호크 승무원 8000여 명이 홍콩에서 추수감사절(11월 22일)을 보내려던 계획이 무산되는 수모를 겪었다고 AP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미국 항공모함 키티호크호(號) 선단이 22일부터 시작되는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21일 홍콩항으로 항해 중인 모습. 중국 정부는 이날 오전 키티호크의 입항을 불허했다가 다음날 뒤늦게 결정을 번복, 입항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미 홍콩항을 떠나 일본으로 항해 중이던 키티호크호는 홍콩 회항을 거부했으며, 이 때문에 홍콩에서 기다리던 키티호크 승무원 가족들은 우울한 추수감사절을 맞게 됐다.

추수감사절 휴가를 함께 보내려고 이미 키티호크 승무원 가족들은 항공편으로 홍콩에 도착해 있었지만, 중국 정부는 갑작스레 아무런 설명 없이 키티호크의 홍콩 정박을 불허했다. 함재기 80여 대와 미사일 2000t을 적재할 수 있는 키티호크는 중국의 ‘노(No)’ 조치에 영문도 모르고, 꼬박 하루가 넘게 ‘굴욕적으로’ 기상이 악화된 바다에서 머물러야 했다.

그리고 22일 중국 정부는 입항 거부 조치를 철회했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키티호크의 홍콩 정박을 허용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미국측에 통보했다”며 전날의 입항 불허 방침을 번복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키티호크가 홍콩을 떠나 400㎞ 가량 항해한 뒤였다.

내년 퇴역 예정인 키티호크는 “기상이 악화돼 배를 돌리기 어렵다”며 중국 정부의 ‘인도주의적 호의’에 ‘마지막 자존심’을 드러냈다. 승무원들은 이날 선상에서 추수감사절을 맞이했고, 홍콩까지 헛걸음을 한 승무원 가족들은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이 마련한 추수감사절 파티에 만족해야 했다.

미국 LA타임스는 23일 “외교적 관례로 보면 키티호크가 중국 정부로부터 뺨을 세차게 얻어맞은 격”이라고 전했다. 미 7함대의 스티브 커리(Curry) 대변인은 “이미 몇 달 전 계획된 행사이고, 홍콩은 우리가 한 해에도 여러 차례 방문하는 항구”라며 “중국 정부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키티호크의 입항을 돌연 거부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미국 정부가 최근 대만에 9억4000만달러어치의 개량형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을 판매하기로 하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 ABC방송은 “중국 정부가 최근 대만과 가까운 중국 남동부 지역에 명확한 설명 없이 비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며 중국의 비밀 군사훈련 가능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