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법무장관은 23일 ‘삼성 비자금 특검법’과 관련,“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및 비례원칙에 위배되고 국가신인도 타격이 예상된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정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삼성 비자금의혹 관련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는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포함돼 있다”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및 비례원칙에 위배되고,사건관계인에 대한 평등권을 침해해 헌법상 차별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미 검사 수사이후 재판이 종결되고 확정된 사건(2002년 대선자금 사건),대법원의 재판이 계속중인 사건(삼성에버랜드 사건),헌법 재판소의 판단까지 받아가면서 수년간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는 고소사건(삼성SDS사건)을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위배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번 사건은 국민이 우려할 만한 폭로가 있었던 것은 사실지만 특별검사제 도입을 정당화할 정도로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부각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혐의를 뒷받침할 자료가 충실히 제시된 것도 아니어서 그야말로 ‘의혹’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97명의 대규모 특별검사팀이 최장 125일의 수사 기간에 삼성그룹 전 계열사를 상대로 파상적인 수사를 벌이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특검제를 도입하면 수사대상이 되는 기업과 국가기관의  신뢰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추되고 국가신인도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국내 기업을 오히려 외국기업보다 역차별하는 조치는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통상적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한 뒤 범죄 혐의가 보다 구체화되거나, 검찰의 수사 의지를 믿을 수 없거나, 수사 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때 특검 도입 여부를 검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수사대상에 삼성의 불법 상속 의혹 부분이 포함돼 있는데 이 부분은 현재 수사와 재판중인 사건으로 이것을 바로 특검이 조사하면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상속이라는 사인(私人)간의 문제를 권력형비리를 다루는 특검이 수사를 한다는 것은 특검제도 원래의 취지에 반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일반검찰과 일반법원에 맡겨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안 원내대표는 “정치인, 법조인, 언론계, 학계 등 사회각계에 대한 로비 의혹을 수사한다고 돼 있는데 이 것도 시정돼야 한다”며 “언론계, 학계가 무슨 뇌물죄 대상이 되는 권력이냐. 또 이렇게 명시를 해놓으면 마치 정치인, 법조인, 언론계, 학계가 부패한 집단인 것처럼 국민에게 오인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또 “수사 대상이 너무 포괄적인 데다 수사 기간도 준비기간까지 포함해 5개월에 달해 삼성의 경영 상태를 파탄으로 이끌 수 있다”며 “수사 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대법원에 가 있기 때문에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데 여러 국가기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특검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며 “대법원에 가 있으니까 건드리지 말자는 것은 형식논리이며, 본심은 덮고 지나가자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국민들의 의혹이 가득한데 그 동안 기능을 못하고 있던 대법원에 가 있으니 하지 말자는 것은 삼성문제를 건드리지 말자는 것"이라며 "이토록 삼성이 그 동안 우리 사회에 힘을 뻗쳐서 오염시킨 영역이 그야말로 전방위라고 하는 사실이 이렇게 반증이 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수사대상이 광범위하다는 인상을 받으실 텐데 그만큼 삼성그룹 수뇌부가 저지른 부패와 비리의 크기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엄청나다는 것"이라며 "청와대 실장의 하찮은 염문 하나를 놓고서도 그 엄청난 검찰인력이 100일 넘게 매달렸는데 삼성일가의 탈법, 편법, 불법, 위법을 생각하면 100일 정도 한다는 것도 앞이 캄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