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인 ‘삼성 불법규명 국민운동’은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재직 중 삼성에게서 현금 5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적이 있다”고 한 이용철 前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진술서와 이 비서관이 찍어둔 현금 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이 前전 비서관은 民辯민변 소속 변호사로 노무현 대통령후보 법률특보를 거쳐 2003년 3월부터 청와대 민정2비서관, 법무비서관, 방위사업청 차장을 지냈다.

삼성이 2004년 1월 16일 이 前전 비서관에게 현금을 책처럼 포장한 뒤 이경훈 당시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법무팀 변호사 명함이 꽂힌 쇼핑백에 담아 보냈다는 것이다. 현금은 ‘서울은행(B①) 분당지점’이라고 써진 포장끈으로 묶여 있었다고 한다. 이 정도로 구체적인 物證물증 앞에서 삼성이 돈을 보낸 사실 자체를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삼성이 이 前전 비서관에게 현금 다발을 보낸 시점은 2002년 大選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때였다. 물론 삼성이 주요 수사 대상이었다. 당시 이 전 비서관은 反반부패 제도개혁을 담당하던 법무비서관이었다. 삼성이 그런 시기에 다른 사람도 아닌 법무비서관에게 현금을 보냈다는 것이다. 삼성의 배포가 보통이 아니었던 것일까. 아니면 누가 삼성의 돈다발을 외면할 수 있겠느냐며 세상을 우습게 본 것일까.

국민운동측은 기자회견에서 “삼성이 법무비서관 한 사람에게만 돈을 줬겠느냐. 2003~2004년에만 줬겠느냐”고 했다. 삼성이 反반부패 제도개혁도 담당하는 비서관에게 태연스레 돈을 건넬 정도면 다른 비서관, 수석들에게는 어떻게 했겠느냐는 말이다.

이 전 비서관은 지금에서야 사실을 폭로하는 이유에 대해서 “당시에 사건의 일각에 불과한 뇌물꼬리를 밝혀봐야 꼬리 자르기로 끝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말 그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었을까. 反반부패 담당 비서관에게도 삼성 돈이 전달됐다면 다른 청와대 비서관들에겐 어떠했겠느냐며 사건이 청와대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 사태 앞에서 청와대는 삼성 비자금 관련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한다. 배포가 큰 것일까 아니면 세상을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