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지난 9일 중국 상하이로 떠났던 이재오(李在五) 의원이 13일 조용히 귀국, ‘잠행’을 계속하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이명박 후보 진영의 ‘2인자’로 알려졌던 이 의원은 지난달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을 겨냥해 “이 후보를 인정 않는 세력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이에 박 전 대표가 “오만의 극치”라고 반격하면서 한나라당 내분의 원인 제공자로 몰렸었다. 이후 이 의원은 지난 8일 “저 스스로 당내 화합의 걸림돌을 치우겠다”며 당과 선대위 직책에서 사퇴했다.
이 의원의 측근들은 예상보다 이른 그의 귀국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그가 박 전 대표의 이명박 후보 지지의사 표명(12일) 직후 귀국해 활동을 재개하는 것으로 비치면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귀국 직후 이명박 후보에게는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 후보측은 통화 내용에 대해 “(둘의 관계를 감안해)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측근은 “이 의원이 김경준씨에 대한 검찰조사, 여권과의 전면전 등을 앞두고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선승리를 위해 백의종군(白衣從軍)보다 더 낮은 자세로 ‘토의종군(土衣從軍)’ 한다더라”고 말했다.
‘토의종군’은 벼슬을 버렸음을 상징하는 ‘백의(흰옷)’에 흙을 묻혀 전쟁에 임하겠다는 뜻을 담아 이 말을 쓰고 있다. 최근 이 후보 진영에서 자주 이 말을 한다.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도 한 언론인터뷰에서 이 후보측 좌장모임인 ‘6인 회의’가 와해됐다며 이 표현을 썼다. 박 전 대표가 경선 승복 연설에서 “백의종군하겠다”고 한 것보다 몸을 더 낮추겠다는 의미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