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12일 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김용철(49) 변호사가 삼성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한 전현직 검찰 고위인사 3명의 실명을 공개해 파장이 예상된다.

실명이 거론된 전현직 검찰 간부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김변호사와는 일면식도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사제단은 이날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변호사의 증언을 통해 작성한 이른바 ‘떡값검사’명단의 일부를 공개했다.

김 변호사가 사제단을 통해 밝힌 ‘떡값검사’ 는 전직 검찰 고위간부 이종백 검사장,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이다.

사제단 대표인 전종훈 신부는 김 변호사가 “이종백 전 검사장은 서울 남부지청 검사로 시작해 동기 중 최초로 부장검사를 했으며,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친  이른바 귀족 검사로 삼성의 주요한 관리대상이었다”며 “삼성 계열사 사장이 관리를 맡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는 지난 2001년 서울 지검 2차장 재직 때 내가 직접 관리대상 명단에 넣었다”며 “ 임 내정자는 고교선배인 구조본 팀장이 관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은 청와대 사정비서관 시절부터 삼성의 관리대상에 들어갔다”며 “이 중수부장에게 정기적으로 현금이 제공된 사실은 관리대상 명단에서 내가 직접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사제단의 폭로에 대해 임채진 내정자 등은 "곧 입장을 정리해 공식으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 관리검사 명단을 보게된 것은 지난 2001년 재무팀에 있을 때로 내가 주요 보직을 중심으로 이 명단을 직접 보완했다”며 “관리대상 명단은 삼성 본관 27층 재무팀 관재파트 상무 방에 벽으로 위장된 비밀금고 내에 보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단에는 대상자의 직책과 성명, 그룹내 담당자를 적는 빈칸이 있으며, 뇌물을 전달한 뒤에는 빈칸 아래 담당자 이름이 기재된다”면서 “담당자 이름이 적힌 것으로 뇌물 전달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전달 안되는 경우가 드물어 빈칸으로  남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금액을 기재하지는 않지만 기본액수는 500만원이고,이 이상을 줬을 경우 김인주 삼성 전략기회팀장(사장)이 직접 연필로 '1000만원' '2000만원'이라고 적는다"고 말했다고 사제단은 전했다. 

사제단은 앞서 성명서에서 "삼성문제의 핵심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끝없는 욕망을 위해 불법 편법,탈법 지자금을 만들어 이 사회를 오염시켰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뇌물 검사 명단은 그저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러나 검찰은 사제단에 뇌물 검사 명단만을 재촉할 뿐 이렇다할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명단 공개이유를 밝혔다.

사제단은 “이는 검찰의 요구와는 무관한 것으로 삼성 비자금 문제를 검찰의 뇌물수수 사건으로 몰고 가려는 옳지 못한 방향에 대한 꾸짖음이며, 명단의 일부만 밝히는 것은 검찰 스스로 진실규명의 본분을 되찾도록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 이름을 특정개인으로 보지 말고, 재물에 길들여진 국가기관의 상징정도로만 여겨달라”고 말했다.

사제단은 “우선 검은 돈을 흉하게 탕진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최고경영진의 악행을 나무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제단은 또 “사태의 핵심이 삼성에서 검찰로 옮겨지는 오류를 염려한다”며 삼성 이재용 전무의 불법적인 재산 조성 경위를 보여주는 문건도 공개했다.

사제단이 삼성구조본부에 의해 2000년쯤 작성됐다고 주장한 ‘JY(재용) 유가증권 취득 일자별 현황’ 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1994년 이후  에스원 주식 매입 기록부터 제일기획 실권 CB(전환사채) 인수,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 등의 경위가 적혀있다.

임채진 내정자는 김경수 홍보기획관을 통해 “삼성그룹측으로부터 어떤 청탁이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임 내정자는 "김용철 변호사와 일면식도 없고, 다른  사람과  만나는 자리에서 마주친 기억조차 없다"며 "사제단이 언급한 로비대상 명단에 들어가게 된 경위에 대하여는 아는 바 없다"라고 말했다.
 
임 내정자는 "사제단이 언급한, 삼성그룹 구조본 간부인 이우희씨가 고교  선배인 것은 사실이나, 동인을 통해 어떤 청탁이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홍보기획관은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에 대해 “중수부장과 김 변호사가 대학 선후배인 것은  맞지만 두 사람은 재직 중이든,김 변호사 퇴직 후이든 서로 만나서 식사 한번 한 적이 없을 정도로 가까운 관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도“삼성으로부터 로비를 받거나 부정한 청탁을 받은 일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번 발표에 대해선 추후 법적대응을 생각하겠지만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김용철 변호사는 검찰 재직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같이 근무하거나 만나본 사실이 없고 통화한 사실조차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앞서 법조계 로비 의혹에 대해 “삼성에서 검사나 판사를 상대로 떡값이나 휴가비 등을 돌린적이 없으며,김 변호사에게 그같은 일을 지시한 바도 없다”며 “만일 김 변호사가 법조계 등의 인사를 만나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했다면 이는 전적으로 김 변호사의 사적 관계에서 한 일”이라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