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룡이 K-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제 떳떳하게 우승컵을 들고 아버지 산소를 찾을 수 있겠네요."

포항이 우승에 이르기까지 동료 선수들의 등 뒤에서 든든히 골문을 지킨 거미손 정성룡.

고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그는 아버지를 여위었다. "더 강해지자." 정성룡은 혼자 남은 어머니를 보며 속으로 이 말을 되뇌였다.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됐지만 벤치는 늘 그의 몫이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도 김영광(울산)에 밀려 대기자 명단에만 이름을 올렸다.

어린 정성룡은 다섯 가지 목표를 세웠다. 그에게 영감을 준 건 가수 비였다.

가수 지망생 시절, 비가 가슴에 새겼다는 "연습에는 장사없다, 죽을 만큼 노력하자, 안심하면 무너진다, 불안하면 연습하자, 나를 넘어서야 한다"는 말이 후보 선수 정성룡의 가슴에 와 닿았다.

2003년 포항 입단 이후 정성룡은 연습벌레가 됐다. 포항의 김성수 GK 코치는 "연습하는 모습이 실전을 방불케 한다. 먼저 움직이지 않고 끝까지 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자세에서 가능성을 봤다"고 회상했다.

정성룡은 이를 악물었다. 김병지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정성룡에게 기회가 왔다.

김병지가 FC서울로 이적하면서 2006년부터 포항의 골문을 책임지게 됐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4월 22일 경남전이었어요. 긴장도 많이 했지만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었고 팀은 1대0으로 이겼죠. 이때부터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성룡은 이제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이다.

2인자의 설움같은 건 애시당초 그의 안중에 없었다. 기회가 올때까지 묵묵히 달려온 스물두 살의 정성룡, 그의 앞날은 밝아 보인다.

-우승 소감은.

▶정말 기쁘다. 올림픽대표팀에서도 이 기분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성남의 결정적인 슈팅을 잘 막아냈는데.

▶준비를 많이 했다. 지난 1차전에서 한 골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도록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해 우즈베키스탄과 원정경기를 해야 하는데.

▶대표팀 선수들과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 남은 대표팀 경기에서도 실점하지 않고 반드시 본선에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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