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에게 듣는 질문 하나. “첫 만남에서 상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멋진 한 마디로 뭐가 있을까요?”
명색이 ‘연애 카운슬러’라는 이름으로 방송에 출연하고 칼럼을 쓰지만,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대단히 난감하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한 마디라고? 그런 게 대체 어디 있겠는가!
여자들이 이 질문을 던졌다면 난 차라리 이런 대답을 하는 걸 택한다. “그냥 단골 미용실이나 바꾸시죠.” 남자가 물어봤다면 이렇게 답하는 편이다. “옷장에 넣어둔 옷을 모두 갖다 버리고, 새 옷을 사세요.”
상대를 사로잡는 ‘필살기’나 ‘한 마디’ 따위는 없다. 그런 것에 집착할 시간과 여유가 있다면 난 차라리 자신의 ‘스타일’이나 좀 더 돌아보라고 말하겠다.
라디오에 도착하는 수많은 사연들은 서두를 이렇게 시작한다. “저는 평범한 외모의 남성(혹은 여성)입니다. 남들은 저보다도 훨씬 떨어지는 외모를 가지고 연애도 잘하던데, 왜 저는 여자(혹은 남자)친구가 생기지 않는 걸까요?” 불행히도 이 말은 대부분 착각일 때가 많다. 자신이 평범하다고? 실패엔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의외로 자신의 외모에 관대하다. 화장이 잘 받는 날,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외출하는 날이면 스스로를 멋지다고 생각하고, 그런 이미지로만 자신의 평균치를 계산해서 자신이 평범, 아니 최소한 그 이상은 된다고 점수를 매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사람의 호기심은 본래 시각적 각성에서 시작된다. 첫 만남을 두 번째 만남으로 이끄는 가장 훌륭한 테크닉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호기심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멋진 외모로 상대의 안구에 첫 등장을 기록할 수 있다면 두 번째 만남이란 우스울 만큼 쉬운 법이다. 그러니 첫 만남에서 실패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공통적으로 스타일에 문제가 있다고 봐도 그리 틀린 답은 아니다. 거칠게 정리하자면, 결국 ‘말’보단 ‘외모’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런 설명을 듣고도, 사람들은 집요하게 묻는다. “그래도 분명히 처음 본 사람을 사로잡는 멋진 말이 있을 텐데요….” 이 말 속엔 여전히 자신의 외모가 평균은 훌쩍 넘는다는 착각이 깔려 있다. 이런 사람들에겐 더 이상의 카운슬링이 무의미하다. 어차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에겐 그냥 아래 같은 이야기로 대답을 대신하는 게 낫다.
“한국 기원을 만든 국내 최초의 프로 바둑 9단 조남철 선생이 계셨습니다. 어느 날, 제자가 와서 물었죠. 선생님 어떻게 하면 바둑을 잘 둘 수 있을까요? 조남철 9단이 대답했습니다. 그런 방법이 있으면 나 좀 알려주게!”
상대를 한 방에 쓰러트릴 수 있는 한 마디는 직업 연애 카운슬러인 나도 알지 못한다. 누가 좀 알려주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래도 마지막 ‘비법’을 묻는다면, 난 ‘향수’를 바꾸라고 대답하겠다.
‘향기는 말 없는 수다쟁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이 풍기는 향기는 그에 대해 다양한 상상을 하도록 만든다. 그런데도 의외로 많은 이들이 화장이나 옷차림엔 공을 들이면서도 향수의 중요성은 무시한다. 주변에서 물어보면 많은 남자들이 “여자의 향기는 신비함의 대상”이라고들 한다. 외모가 맘에 들지 않고, 대화가 잘 안 풀려도 향기에 끌려 호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향기는 말을 하지 않고, 모나리자의 미소처럼 신비한 웃음만을 던진다. 이 알쏭달쏭한 수수께끼에 호기심을 느끼다가 발목 잡히는 남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다수의 여성들 역시 평범한 남자가 풍기는 향기에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단골 미용실을 바꾸기 힘들 만큼 헤어 디자이너와 정이 들었고, 옷장 속의 옷을 모두 바꾸기엔 예산이 넉넉지 않다면, 그냥 지금 백화점에서 괜찮은 향수 한 병을 구입하라(단, 현기증이 날 정도로 팍팍 뿌리지는 말라).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상대를 사로잡는 한 마디’에 집착하는 이들에겐 그냥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책 ‘향수’나 읽으라고 대답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