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5일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는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그동안 제기해 온 의혹들이 총망라돼 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불법 비자금 조성 ▲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 불법행위 및 에버랜드 사건 증인 조작 ▲ 법조계 등에 대한 로비 등은 모두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김인주 전략기획팀장(사장) 등 3명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

김 변호사의 진술확인서가 첨부된 이 고발장은 김 변호사의 진술을 토대로 주로 작성됐다.

▲ 지배권 승계 불법 행위 및 에버랜드 사건 조작

고발장을 보면 김 변호사는 이 회장 등 3명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에게 손실이 발생할 것 등 불법성을 알면서도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상무의 재산증식과 보호를 위해 계열사와 이 상무 간의 각종 유가증권 거래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지난 1999년 2월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나 2001년 3월 제일기획 등 9개의 삼성 계열사들이 이 상무가 보유하고 있던 e삼성 주식 등 을 매입한 것도 모두 이 상무의 재산을 불려주거나 손실을 막기 위한 행위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결국 각 계열사들은 손해를 봤다.

또한 참여연대와 민변은 김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이 회장 등 3명이 주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진행했지만 자신들을 검찰수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건과 관련 없는 이들이 수사대상이 되도록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당초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위한 이사회가 개최되지도 않았으며,당시 삼성에버랜드의 대표이사 등 임원이었던 허태학, 박노빈은 전환사채 발행 자체를 알지 못했고,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했다고 알려진 기존 주주 계열사들도 사실은 인수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발행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앞서 법원은 2심판결에서 “주주 배정을 최초로 결의한 1996년 10월 30일 에버랜드 이사회 결의는 정족수 미달로 무효임이 명확하다”며 그 근거로“당시 해외에 체류 중이던 조모 이사가 마치 출석한 것처럼 ‘회의록’이 허위로 작성됐다”고 했다.

결국  허·박씨가 이사회 의결이 무효인 것을 알고도 전환사채를 재용씨 남매에게 저가(低價)에 몰아준 것은 임무 위배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사회의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했지만 김 변호사 주장에 따르면 아예 이사회자체가 열리지 않은 것이어서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변호사는또 “이 회장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재무팀 관재파트에서 마련한 조작된 시나리오에 따라 법무팀 소속 변호사들을 동원,사건의 실체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검찰 조사에 대비한 모의연습을 반복적으로 시켰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모의 연습이 삼성본관 옆 태평로 빌딩 26층과 27층에 소재한 보안이 잘되는 사무실(오피스텔)에서 진행됐다는 것이다.

▲불법 비자금 조성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이 회장 등 3명은 각 계열사별로 조성할 비자금 규모를 할당해 계열사 임원들에게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

그는 “모 계열사 임원과 구조본 재무팀 산하 관재파트 관계자간에 비자금 조성할당 문제로 실랑이가 벌어진 것을 목격한 적도 있다고”며 “모 계열사 임원으로부터 그 회사 지하주차장에서 구조본으로 가는 현금을 싣는 것을 보았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은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구조본 사무실에 있는 비밀금고로 향한다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삼성본관 27층 김인주 사장의 사무실 앞 접견실 옆에있는 재무팀 관재파타 담당 임원의 사무실 내부에 벽으로 가려진 비밀금고가 있는 것을 봤다”며 “여기에는 현금과 각종 상품권 등이 쌓여있고, 재무팀 관재파트의 직원들이 수시로 대형 가방에 든 현금들을 이 비밀금고로 옮기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또한 “비자금이 관재파트의 통제 하에 로비담당자에게 수시로 지급되었으며 그 과정을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정관계 및 법조계 전방위 로비

김 변호사의 진술을 토대로 한 고발장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삼성이 정치인, 경제부처와 국세청 공무원, 검사 및 판사, 재야 법조인, 학계, 언론계 등에 거액의 현금이나 선물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기획팀에서 수시로 이른바 ‘떡값’이라는 뇌물을 제공할 대상자 명단을 작성했고,이중 검찰간부쪽 명단은 연 2회 정도 김 변호사 자신이 검토했다는 것.

김 변호사는 “이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김인주 사장이 공모해 (‘떡값’ 대상자들에게) 제공할 금액을 검토했다”고 주장했다 .

김 변호사는 “(떡값의) 전달은 삼성그룹 계열사 임원 등이 나눠 담당했는데 마땅한 담당자가 없는 경우 내가 맡은 경우도 있다”면서 “대개 설, 추석과 여름휴가 등 1년에 3회에 걸쳐 1인당 5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제공하는 것이었고, 국세청의 경우는 그 금액이 더 컸다”고 주장했다.

▲삼성 “허위 폭로”

삼성은 참여연대와 민변 등 고발장을 통해 김 변호사가 제기한 의혹은 “모두 허위폭로”라고 반박하고 있다.

삼성은 “분식회계를 통한 비자금 조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삼성측은“회사는 통상 결산기에 회계처리 방법들을 비교 검토하거나 세무조정을 거쳐 최종결산을 하게 된다”며 “비전문가인 김 변호사가 이러한 실무상의 검토,조정업무를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오인해 잘못된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삼성에서 검사나 판사를 상대로 떡값이나 휴가비 등을 돌린적이 없으며,김 변호사에게 그같은 일을 지시한 바도 없다”며 “만일 김 변호사가 법조계 등의 인사를 만나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했다면 이는 전적으로 김 변호사의 사적 관계에서 한 일”이라고 부인했다.

삼성관계자는 “비밀금고가 있다는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삼성은 에버랜드 증인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기업 법무실은 형사고발이 되면 변호사가 관련 당사자들을 면담해 그들의 기억과 경험,의견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률적 쟁점과 증거관계를 분석한 뒤 그들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증거관계를 분석한 뒤 효과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업무”라고 반박했다.

삼성은 “허태학, 박노빈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면 그에 따라 이 회장을 비롯한 나머지 피고발인 31명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최종적인 처분을 내릴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피고인을 바꿔 치기하거나 증인, 참고인을 빼돌렸다는 김 변호사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며, 검찰 조사실과 같은 방을 꾸몄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