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그룹 경영권 승계 단초를 제공한 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과 관련해, 당시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고 사후에 조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6일 검찰에 제출한 삼성 비자금 의혹 고발장에서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구조본 전무)의 진술을 인용, "애초 전환사채 발행을 위한 이사회가 개최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모든 일은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이 진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또 "당시 삼성에버랜드의 대표이사 등 임원이었던 허태학, 박노빈은 전환사채 발행 자체를 알지 못했으며,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했다고 알려진 기존 주주 계열사들도 사실은 인수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발행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그동안 에버랜드 전환사채(CB) 관련 재판의 핵심 쟁점이 이사회 의결의 절차적 위법성 문제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논란거리로 부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에버랜드 CB 사건의 1심 재판부는 '당시 이사회는 의결 정족수가 미달된 상태에서 결의가 이뤄졌다'며 `절차적 위법성'이 있다고 밝혔고 항소심 재판부도 '당시 이사회는 의결정족수에 미달해 무효이고, 피고인(허태학 박노빈)들은 이사 또는 대표이사로서 결의에 참석하거나 회의를 주재함으로써 결의가 무효임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마치 유효한 결의가 있었던 것처럼 가장해 CB 발행에 나아간 것은 임무 위배'라고 판결했었다.

현재 이 사건은 삼성 측 피고인들과 검찰이 모두 항소심 재판에 불복,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참여연대와 민변의 고발장에 따르면 김용철 변호사는 에버랜드 CB발행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에 응할 삼성그룹 측 관련 인물들에게 거짓 진술을 하도록 교육하는 일을 담당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또 "검찰조사시 미국에 있던 이재용씨에게 전화해 전환사채 인수 의사를 타진한 인물로 지목된 인물은 사건 당시 재무팀 임원이었고 지금은 한 삼성계열사 부사장"이라면서 "삼성그룹 회장 일가의 재산을 관리하는 재무팀 관재파트에서 일한 적이 없는 사람으로, 이재용씨에게 전화할 입장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의 이같은 언급은 1심과 항소심 재판에서 증거자료로 활용됐던 이사회 의사록과 증인의 진술 등이 모두 조작됐다는 주장이어서 대법원 최종판결을 앞둔 에버랜드 CB 관련 재판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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