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5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직 검찰 최고위급 간부 중에 삼성한테서 ‘떡값’을 받은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재경부와 국세청은 (떡값) 규모가 더 크다”고 했다. 국가기관에 대한 全方位전방위 로비가 사실이라면 문제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는 그간 언론 인터뷰 등에서 “삼성이 주요 검찰간부 40여명에게 명절 떡값 등의 명목으로 職級직급에 따라 한 번에 500만~1000만원씩 정기적으로 건넸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이날 회견에서 삼성의 돈을 받은 검사 명단은 밝히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또 “삼성 임원 상당수가 (비자금) 借名차명계좌를 갖고 있다”며 명단의 일부도 자신이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그룹 편법 상속 문제의 핵심인 에버랜드 재판 관련 진술이 모두 조작됐고, 자신도 진술 조작에 관여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이런 자기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자료를 내놓지는 않았다.
삼성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검사나 판사를 상대로 떡값이나 휴가비를 돌린 적이 없고, 김 변호사에게 그런 일을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제기된 허위 주장과 앞으로 나올 폭로 모두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런 삼성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에버랜드사건을 조작했다는 주장에 대해 삼성은 1·2심 재판에서 사실관계가 검찰 주장대로 확정된 것만 봐도 김 변호사의 주장이 거짓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재판에서 “삼성그룹 차원의 共謀공모가 있었다”는 주장을 했고, 재판부는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을 뿐이다. 공모 여부는 검찰의 추가 수사로 밝혀야 한다는 취지였다. 삼성 임원들의 비자금 차명 계좌 부분과 관련해 재무팀 임원이 회사와 관계없는 사람의 재산을 관리해 주려고 김 변호사 이름의 차명계좌를 만들었다는 설명도 상식으론 납득하기 어렵다.
김 변호사가 제기한 비자금 불법 조성, 국가기관에 대한 전방위 로비, 에버랜드사건 증언 조작은 하나하나가 커다란 폭발력을 갖고 있다. 한국 대표 기업 삼성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심각한 내용이다. 문제의 성격이 중대한 만큼 김 변호사는 말로만 주장을 펼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객관적 증거를 공개해 檢證검증을 받아야 한다. 삼성 역시 김 변호사의 개인적 弱點약점을 들추는 식이 아닌, 좀 더 당당한 대응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