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유달리 아프리카에 관한 책들이 도드라집니다. 프랑스 문화부장관을 지낸 자크 랑의 ‘넬슨 만델라 평전’(실천문학사), 인류학자 콜린 턴불이 피그미족을 탐사한 ‘숲사람들’(황소자리), 시에라리온 소년병 체험을 담은 ‘집으로 가는 길’(북스코프)이 그렇습니다.
연극 배우 출신인 자크 랑은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생애를 안티고네와 스파르타쿠스, 프로메테우스, 프로스페로, 넬슨 왕 등 5막 연극의 주인공으로 풀어냈습니다. 영웅이 아닌, 약점 많고 혈기 넘치는 인간 만델라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렸습니다.
1956년 콩고 이투리 숲에 사는 밤부티 피그미와 3년간 함께 생활한 경험을 토대로 쓴 ‘숲사람들’은 인류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입니다. 턴불은 혼자 숲속으로 들어가 오두막을 짓고, 피그미족과 먹고, 자고, 사냥했습니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미개인, 심지어 유인원 취급까지 받던 피그미의 삶을 생생하게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을 쓴 이스마엘 비아는 서방 언론에서 아프리카인을 피와 학살에 굶주린 미개인 취급하는 게 못마땅하다고 하더군요. 시에라리온 사람들은 노인에게 깎듯하게 예절을 지키고, 또 아이들은 서구의 또래들처럼 힙합과 록음악을 즐긴다고 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비슷하다는 겁니다.
아프리카 하면 조건 반사적으로 타잔이나 ‘동물의 왕국’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기아와 내전, 에이즈가 창궐하는 땅이라는 생각도 번뜩 스칩니다. 교과서에도 이런 편견이 묻어납니다. 아프리카를 연구하는 인류학자 한건수 교수는 한 중학교 사회교과서에 실린 아프리카 대목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춤추는 아프리카’라는 상자 글에 “아프리카인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노래와 춤으로 감정을 표현한다”고 쓰여 있답니다. 노래와 춤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야 세계 어느 사회에서도 있는 일이지만, 아프리카인들에게만 굳이 이런 설명을 갖다 붙이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겁니다. 한 교수는 이런 서술이 백인은 이성적이고, 흑인은 본능적이라는 인종주의적 편견이 개입돼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합니다.
아프리카에 대한 책들이 더 많이 쏟아져 나와 글로벌 시대를 사는 한국인들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핀잔을 듣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씀 드리면, ‘타잔’은 아프리카가 아니라 멕시코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