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이건 기자] '승부차기 도중 골키퍼를 바꿀 수 있을까?'.

축구 규정에 의하면 승부차기 도중 골키퍼를 외부 선수와 교체할 수 없다. 선수 교체 인원이 남아 있더라도 승부차기에 돌입한 뒤에는 변화를 줄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0일 창원 종합 운동장에서 열린 경남과 포항의 K리그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승부차기를 생각해 양 팀이 연장전 종료 직전 골키퍼를 바꾸기도 했다.

그렇다면 벤치에 있던 선수 말고 원래 경기를 뛰고 있던 선수를 승부차기에서 골키퍼로 내세울 수 있을까?

27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열린 2007 험멜 코리아 대학축구 선수권 대회 숭실대와 고려대의 4강 경기에서 이 황당한 물음에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숭실대가 승부차기 도중 골키퍼를 바꾼 것이다.

즉 양 팀 모두 두 번째 키커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숭실대의 윤성효 감독은 수문장으로 활약했던 김대호를 키커로 불러들이고 키커였던 스트라이커 임경현에게 골키퍼 장갑을 준 것이다. 규정상 승부차기에서는 5명이 다 차고도 승부가 가려지지 않았을 경우 외에는 벤치에 있던 선수를 투입할 수 없지만 경기에 뛰고 있는 선수들간 포지션 체인지는 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재미있었던 사실은 이날 숭실대의 골문을 맡아 120분을 소화했던 김대호 역시 원래는 골키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숭실대는 골키퍼 두 명 모두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주전 골키퍼는 8강전에서 퇴장당했고 나머지 한 명의 골키퍼 역시 U-18대표팀 소집된 상황. 이에 윤성효 숭실대 감독은 U-18대표팀에 소집됐던 골키퍼를 데려와 내세웠다.

그러나 상대인 고려대 측에서 경기 직전 이 부분이 부정 선수라고 크게 반발했고 경기가 1시간 여 가까이 시작되지 못하기도 했다. 결국 필드 플레이어인 김대호가 골문을 지키는 조건으로 경기가 시작된 것. 숭실대로서는 전문 골키퍼없이 공격력이 좋은 고려대를 상대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 골키퍼가 아닌 선수들을 골문에 세우고 그것마저 승부차기에서 포지션 체인지를 감행한 숭실대의 승부수는 어찌됐을까? 놀랍게도 8번째 키커까지 가는 접전 끝에 임경현이 고려대 안재준의 킥을 막아내 8-7의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를 가진 윤성효 감독은 승부차기 도중 골키퍼를 바꾼 것에 대해 간략하게 말했다.
"상대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서 포지션 체인지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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