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와 서울시 건강증진팀은 서울시내 한식·중식·분식업체 주인 및 음식재료 담당자 300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93.7%가 화학조미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10월 15일 보도)



한국에서 MSG가 위험 물질로 알려진 것은 1985년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의 대규모 불매운동 이후다. 소시모는 서울 시내 150 가구를 대상으로 MSG 소비량을 조사하고, MSG 오남용 문제를 제기했다. MSG 유해성 논란은 1990년대 'MSG 무첨가'를 앞세운 조미료가 등장하면서 더욱 커졌고, 이후 방송 등을 통해 MSG 유해성 논란이 계속됐다.

# 60년대부터 안전성 논란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MSG를 '일반적으로 안전한 물질(GRAS)'로 규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UN식량농업기구(FAO) 합동 식품첨가물 전문가 위원회(JECFA)도 마찬가지다. JECFA는 1987년 MSG에 대해 검토해, 'MSG는 일일 섭취량을 규제할 만큼 유해한 물질이 아니다'란 결론을 내렸다.

MSG의 사용량을 제한하는 나라도 드물다. 미국, 일본 등은 제조회사가 자율적으로 MSG 사용량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EU는 조미료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일반 식품에만 1㎏당 MSG를 10g 넘게 쓰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일반적인 MSG 사용에는 제한이 없다.

MSG가 FDA·WHO가 인정한 안전한 물질이라면, 그동안 숱하게 지적돼 온 '위험성'은 무엇일까. MSG를 먹으면 속이 울렁거리고 목이 뻣뻣해지는 '중국음식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 많은 연구자들은 이 증상은 MSG와 연관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케니(Kenney) 박사는 1985년 '중국음식증후군'이 있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MSG 6g이 든 음료수와 MSG가 없는 음료수를 마시게 하고 증상을 비교한 결과 MSG와 '중국음식증후군'은 관련이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FDA·WHO "해롭지 않다" 

2000년 미국 보스턴 어린이 병원의 게하(Geha) 교수 등은 미국 영양학회지에서 중국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호소하는 답답함, 메스꺼움 등의 증상은 MSG라는 하나의 원인 때문이 아니라 중국음식에 들어있는 다양한 식재료(해산물, 어패류, 고기 등)에 대한 알러지 반응일 수 있다고 했다.

MSG가 인체에 치명적인 작용을 한다는 논란은 1960년대 말 미국 올니(Olney) 박사의 연구에서 비롯됐다. 올니 박사는 쥐에게 체중 1㎏당 4~8g의 MSG를 피하 주사한 결과, 시신경 장애가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실험은 음식물로 소량 섭취하는 물질을 다량으로 피하 주사해 위험성을 과장한 실험으로 평가 받았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하상도 교수는 "수십 숟가락 퍼먹지 않는 이상, MSG가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말했다.

식약청 식품첨가물팀 홍기형 연구관은 "MSG의 주성분인 글루타민산은 치즈와 간장에도 풍부하게 들어있고, 모유에도 들어있다"며, "MSG도 소금과 마찬가지로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로울 수 있지만, 몸에 안 좋을 정도로 MSG가 많이 든 음식은 맛이 없어서 먹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 시민단체는 "그래도 찜찜" 

MSG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밝혀온 시민단체 등은 'MSG는 유해성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안전성 역시 보장할 수 없는 물질'이란 입장이다. 지난 15일 '화학조미료 안 먹는 날' 행사에 참여한 서울환경연합의 이지현 국장은 "현재 MSG가 위험하다고 단정지을 증거는 없지만, 시민의 입장에서 불안하게 여긴다면 섭취량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 옳다"라고 말했다.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전상일 소장은 "MSG가 완전히 안전하다고 증명할 수 없는 이상, MSG가 들어간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소비자가 골라 먹을 수 있도록 MSG 함유 여부를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MSG 


글루타민산나트륨(Mono Sodium Glutamate)의 약자로서 글루타민산이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나트륨(Na+) 이온을 첨가시킨 것. 물에 녹으면 글루타민산과 나트륨으로 떨어진다. 1908년 일본 도쿄대 이케다 교수가 일본인이 좋아하는 육수를 연구하던 중 글루타민산이 감칠맛을 내는 주요 성분임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