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 유전자와 후천적인 교육의 비율을 8:2로 생각한다. 80%는 타고나는 운명적인 요소가 지배한다. 기업 창업자들은 타고난 ‘천불’ 체질들이 많다. 판단이 빠른 사람은 성격도 불 같기 마련이다. 이런 ‘천불’나는 체질들은 내성적이고 부드러운 여자를 부인으로 택한다. 여기서 나온 아들은 어머니 기질을 많이 닮아 섬세하다. 그래서 성질 급하고 공격적인 기질의 아버지와 부딪치기 마련이다. 천불이 아니고 외유내강형의 기업가들은 배짱도 있고 외향적인 여자와 결혼하는 수가 있다. 여기서 나온 아들들은 부잣집 2세이기는 해도 야성이 있다.
이 야성을 잘 다듬어서 절차탁마(切磋琢磨)를 하면 아버지를 능가할 수 있다. 다듬는다는 것은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달려 있고, 그 교육의 핵심은 시련을 견디는 것이다. 근래에 알게 된 어느 기업가의 2세가 있는데, 오렌지 냄새는 별로 안 나고 뜻밖에도 단단하게 보였다. 이 2세가 영어에 능통하게 된 계기가 인상적이었다. 공부를 싫어했던 이 오렌지족은 호주에 유학을 가게 되었다. 말이 유학이지 호주에서의 일상은 노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교통사고를 내게 되었다. 상대방이 잘못해서 발생한 교통사고이기는 하였지만, 사람이 죽는 큰 사고였다. 외국에서 사람이 죽는 인명사고가 났으니 간이 철렁할 수밖에. 교포 변호사에게 상의를 하니까, 내일 당장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다시는 호주에 돌아올 수 없다는 의견도 첨부되었다.
아들은 한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긴박한 상황을 설명하였다. 철부지 장남의 전화를 받은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돌아오지 말고 네가 거기서 해결해라! 남자가 살다 보면 몇 년 교도소에 있을 수 있다. 그 대신 변호사 비용은 내가 대주마!” 이렇게 전화를 끊은 아버지는 화장실에 가서 울었다고 한다.
호주는 배심원제이다. 이때부터 아들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영어에 매달렸다. 죽기 아니면 살기였다. 아침에 부옇게 동이 틀 때까지 영어참고서를 보고, 낮에는 법정에 출두하기를 2년 동안 계속했다. 마침내 스스로의 힘으로 무죄를 입증하였다는 이야기다. “돌아오지 말고 거기서 해결하라!”는 인상 깊은 2세 교육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