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쪽 공이 승부를 가른다.'

몸쪽 공 공략이 한국시리즈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23일 2차전까지 SK와 두산 투수들은 철저하게 몸쪽 공 승부를 고집했다. 타자들은 이에 맞서 타석에 바짝 붙어 투수들을 심리적으로 위협했다. 두산은 몸에 맞는 볼 6개를 얻은 반면, SK는 한 개도 얻지 못했다. 결과는 두산의 2연승이었다.

▶몸쪽 공 왜?

몸쪽 공은 투수와 타자의 공통된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프로선수라도 타석에 서면 시속 140km 안팎의 빠른 볼에 공포감을 느낀다. 몸쪽 공은 이런 두려움을 극대화하는 코스다. 몸이 움찔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 치기도 힘들다. 공이 눈 가까이 오기 때문에 시야가 가장 좁아지고, 방망이를 휘둘러도 가운데 맞히기가 어렵다.

투수들에게도 몸쪽 공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컨트롤이 좋은 투수라도 몸쪽 공엔 부담을 느낀다. 조금만 컨트롤이 흐트러져도 바로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몸쪽 공은 효과적이다. 잘 제구된 몸쪽 공은 타자를 제압하는 효율적인 무기다. 컨트롤이 제대로 되면 스트라이크이고, 타격을 유도하면 범타가 될 확률이 높다. 정규 시즌 때보다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 몸쪽 공 구사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1차전 객원해설가로 등장한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위기 상황 때 몸쪽 높은 공을 승부구로 자주 구사한다"면서 "타자들로서는 눈 근처로 공이 오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방망이가 나가는데 대개 내야 플라이가 되기 쉽다"고 말한다. 그는 "바깥쪽 낮은 공을 하나 던진 뒤 몸쪽으로 붙이면 타자들로서는 속기 쉽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 이승엽이 올시즌 일본에서 고전한 것도 바로 이 몸쪽 공 때문이었다. 컨트롤 좋은 일본 투수들은 집요하게 이승엽의 이 약점을 파고들었다. 이 타구를 치면 각도상 방망이 손목 부분에 맞기 쉽다. 이때 손이 울리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이승엽은 왼손 엄지 부상을 당했고, 결국 수술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타석에 바짝 붙어라

투수들의 몸쪽 공 승부에 맞서는 타자들의 일반적이면서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 바로 타석에 붙는 것이다.

1차전 때 두산 타자들은 타석에 바짝 붙었다. SK 선발 레이번의 주 무기인 백도어 슬라이더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레이번의 슬라이더는 타자 몸쪽으로 오다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안쪽으로 살짝 휜다. 타자의 시각에서 보면 몸에 맞을 듯한 느낌을 준다. 두산 타자들이 몸에 맞겠다는 각오로 바짝 붙자 레이번이 위축됐다. 슬라이더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고 결국 바깥쪽으로 공을 돌리다 2점을 내주고 말았다.

두산 선발 리오스는 역회전 싱커를 몸에 붙이는 공으로 사용한다. 오른손 타자의 경우 가운데서 몸쪽으로 휘어지는 구질이다. SK 타자들은 테니스공으로 몸에 맞는 시뮬레이션 훈련까지 했지만 리오스의 컨트롤이 환상적이었다.

타석에 바짝 붙는 것은 사실상 몸쪽 공은 포기하는 전략이다. 투수를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가운데와 바깥쪽 공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몸쪽 공이 컨트롤되면 속수무책이다. 리오스에게 완패한 이유다.

2차전 때 SK 채병용 역시 몸쪽 공에 승부를 걸었지만 몸에 맞는 볼 2개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6회 김동주의 팔을 맞힌 게 결정타가 됐다.

▶남은 승부는?

2차전까지 몸쪽 공 승부에서 두산이 이겼다. 몸에 맞는 볼 6개를 얻어내며 SK 투수들을 흔들어놓았다. 반면, SK는 큰 재미를 못 봤다.

남은 경기에서도 타자들은 타석에 바짝 붙을 것이다. 양 팀 투수들이 몸을 '들이대는' 타자들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남은 승부의 향방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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