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중학교(교장 오재원) 옆에는 수령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다. 조선 초기 국왕이 쉬어간 자리에 심었다는 당산(堂山)나무다. 1968년 이 나무 옆에 당산중학교가 문을 열었다. 내년이면 개교 40주년을 맞는다.

지난 15일 오후 이 학교 교장실에 손님 세 사람이 찾아왔다. 이 학교 1회 졸업생인 오기석(51·신한은행 연신내지점장)씨와 문영수(51·위굿컴퍼니 사장)씨, 권영달(51·은혜산업 대표)씨였다. 오는 20일 열릴 ‘졸업 35주년 홈커밍데이’를 앞두고 찾아온 길이었다.

“얼마 안 되지만 후배들을 위해 써주셨으면 해서요.” 오씨는 이 학교 1회 졸업생 모임인 당우회(회장 차인덕 도시바코리아 대표)에서 올봄부터 모은 기금 2000만원을 모교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당우회는 홈커밍데이를 앞두고 조선일보 ‘스쿨 업그레이드, 학교를 풍요롭게’ 캠페인에 동참했다. 회원들은 “졸업생들이 모교를 도우면 자연스레 ‘스쿨업’이 되는 것 아니냐”며 흔쾌히 뜻을 모았다. 오 교장은 “개교 40주년을 맞아 학교 역사 자료실을 만들려고 했는데 그 비용으로 쓰면 좋을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1969년 3월 첫 입학생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많다. 학생들이 직접 가꾸며 학교를 일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동장 흙을 직접 고르고 다지고 집에서 묘목도 가져와 심었다. 권씨는 “내 손으로 꾸민 학교라서 더 정이 갔다”고 말했다.

▲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중학교에서 1회 졸업생 문영수(왼쪽 두 번째)씨와 오기석(오른쪽 첫 번째)씨가 교사, 재학생 후배들과 함께 교문 앞길을 걷고 있다.

또 학생들은 여름이면 여의도와 당산동 사이를 흐르는 한강 샛강 모래밭에 교복을 묻어두고 헤엄을 쳤다. 시험이 끝나면 영등포로터리에 있는 극장으로 단체관람을 가는 일도 큰 즐거움이었다. 문씨는 “그때 본 영화 ‘닥터 지바고’의 주제곡 ‘라라의 테마’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고 말했다.

당우회 동문 100여 명은 20일 오후 1시 모교에 모일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학교발전기금 2000만원을 전달하고 체육대회를 연다. 학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인 만큼 모두들 기대가 크다. 3학년 김엄지(15)양은 “1회 졸업 선배님뿐 아니라 2회, 3회, 모든 선배님들이 찾아오시는 전통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졸업생 대표로 온 오씨는 교문 건너편 언덕 위에 선 은행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모교가 저 나무처럼 되길 바라서 스쿨업에 동참했습니다. 오래도록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는 나무처럼… 후배들이 그렇게 자라도록 선배들이 마음을 모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