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3일 임기가 끝나는 정상명(鄭相明) 검찰총장의 후임에 내정된 임채진(林采珍·55) 법무연수원장의 앞길은 첩첩 산중이다. 임명권자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임기가 불과 4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데다, 이명박 후보 등 한나라당이 새 총장의 임명 강행을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다음달에 있을 국회의 인사청문회 때부터 여야의 격돌이 예상된다. 청문회를 통과해도 내년 2월말 들어설 새 정부에서 신임을 받아야 하는 두 번째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검찰 일각에서는 “또 3개월짜리 총장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기제 총장 14명 중 8명이 중도하차

1988년 검찰총장의 임기 2년을 보장하도록 검찰청법이 개정됐다. 대통령과 여권의 검찰에 대한 지나친 간섭을 방지하기 위한 역사적 반성의 결과물이자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14명 중 6명만 임기 2년을 채웠을 뿐 8명은 정권에 휘둘리거나 개인적 문제 등으로 중도 하차했다. 임기제 도입 19년 가운데 2년씩 6명(12년)만 임기를 채웠으니, 나머지 8명은 평균 1년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제 검찰총장의 임명과 관련해 이중성을 보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원로 변호사는 “노 대통령이 김각영 전 총장을 쫓아낼 때와 이번에 새 총장 인선을 강행하면서 서로 모순된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각영 전 총장에 대해 처음에는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했다가, ‘검사와의 대화’ 때에는 “현재의 검찰 수뇌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날 밤 김 총장이 사표를 냄으로써 ‘사실상 경질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에는 새 대통령과 21개월이나 호흡을 맞춰야 하는 새 검찰총장에 대해 “법에 명시된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며,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명을 강행했다.

더구나 김종빈 전 총장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 문제로 정권과 갈등을 빚다 유탄을 맞았다. 김 전 총장은 현 정권의 불구속 요청을 듣지 않고 수사팀의 의견대로 강 교수의 구속을 지지하다가 사상 초유의 ‘지휘권 발동’에 저항해 사표를 냈다. 김각영·김종빈 전 총장이 임기를 못 채움에 따라 노 대통령은 본인 손으로는 4번째로 총장을 임명하고, 함께 일한 총장은 5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임채진 내정자의 가시밭길 앞날

임 내정자도 이 같은 상황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는 청와대의 지명 통보를 받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소임을 맡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어려운 시기'의 의미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있고 최근 남북 정상이 만나는 등 어렵고도 중요한 시기라는 뜻"이라며 "검찰의 구체적 운용방안 등은 청문회 과정에서 말씀드릴 것"이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검찰 내부에서는 임 내정자가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임 내정자가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검찰 운영을 해왔다는 점에서 새 대통령의 신임을 계속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검찰 간부들도 있지만, "새 대통령이 21개월간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그냥 놔 두겠느냐"고 회의적으로 말하는 검사들도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임 내정자가 일정대로 다음달 말쯤 무사히 검찰총수에 오른다면 후임 검찰 수뇌부 인사 폭은 소폭의 땜질 인사에 그치고, 본격적인 인사는 대선 이후인 내년 2월의 정기인사 때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임채진 내정자는 누구  

신임 검찰총장에 내정된 임채진(林采珍) 법무연수원장은 행정·기획통으로 꼽힌다. 법무부 검찰국장 시절에는 여권의 공직부패수사처 신설 요구에 "옷을 벗는 한이 있어도 못 받아들인다"며 거부했다. 검·경 수사권 독립 문제에서는 경찰과 정면 충돌하면서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1995년 서울 서초동 현재의 대검찰청 청사 완공 때 건설본부장을 맡았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공사를 지휘한 송광수, 대검청사 초기 공사를 지휘한 정상명 전 검찰총장에 이어 건설본부장으로는 세 번째로 검찰총수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일심회' 간첩단 사건과 조관행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법조비리 사건 수사를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정상명 현 총장과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도 임 내정자를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부인 김세경씨와 1남1녀. 지난 3월 공직자 재산신고 때 본인과 부인 명의 아파트 2채 등 19억400여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경남 남해(55세) ▲부산고·서울대 법대 ▲사시 19회 ▲법무부 검찰 1·2과장 ▲춘천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법무연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