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오정’들 배척하는 사회

허영만 화백이 서유기를 소재로 해서 그린 〈날아라 슈퍼보드〉라는 만화를 기억하시는지? 그 만화의 제목은 가물가물하더라도 ‘치키치키챠카챠카초코초코촉’이라는 손오공의 주문은 기억이 날 것이다. 이것 또한 잘 모르겠다 하더라도 ‘사오정’이라는 은어는 아마도 알고 있을 것이다. 흔히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을 이를 때 ‘사오정’이라고 하는데, 한 때 우스개 소리로 ‘최불암 시리즈’ 이상으로 많이 이야기 되었던 ‘사오정 시리즈’들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이 얼마나 일상생활에서 헤프닝을 일으키는지 보여주는 증거라 하겠다.

그런데 사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도 괴로운 일이지만 글귀를 못 알아보는 것 또한 어지간히 난감한 일이다.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데 지장이 있지만, 글귀를 못 알아보면 사회생활 자체를 할 기회가 없다. 우리가 통과해야 하는 모든 ‘시험’들은 바로 글로 제시되기 때문이고, 그 시험을 공부하기 위한 모든 자료들 역시 글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험에 통과해야 그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게 설계된 우리의 사회 구조는 결국 글 잘 읽는 사람이 승리하게 되어 있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반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등수를 가진 사람치고 국어점수가 평균 이하인 사람은 없다. 이런 경향은 사회생활에도 이어져 승진이 빠르고 잘나가는 사람치고 보고서를 읽거나 사업계획서 따위를 읽는 데 서툰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독해의 '기술'

"우리 아이는 책은 많이 읽는데 왜 점수가 안 오르는 걸까요?" 이런 질문을 하는 부모들을 간혹 만난다. 두 가지 중 하나다. 그 아이의 독서목록을 검색해 볼 때, 〈묵향〉, 〈바람의 마도사〉, 〈드래곤 라자〉 등 판타지 류나, 〈영웅문〉, 〈궁귀신검〉, 〈호위무사〉 등 무협지 류가 주로 나오는 타입이 그 하나다. 이런 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성적향상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의 경우는 독서가 단순히 습관인 경우다. 습관은 습관일 뿐 기술이 아니다. 공부는 ‘취미’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습관으로 공부를 끌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경우 독서 습관은 ‘가능성’일 뿐 공부를 잘 할 수 있게 만드는 바로 ‘그것’은 아니다.

독서 습관을 성적향상으로 연계시키기 위해서는 독서가 ‘기술’이 되어야 한다. 기술로 독서를 익히기 위해서는 몇 단락의 중심내용들을 위주로 글을 정리한다든가, 각 단락의 중심문장들을 찾아 연결하여 주제문장을 만든다든가 하는 훈련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습들을 통해 굳이 의식적으로 나누지 않더라도 주어진 글 자체가 구조적으로 세분화되어서 머릿속에 들어오게 만들면 일단 ‘목표 완성’이다.

▲ 이시한 ㈜리트스터디 leetstudy 대표

어떤 과목의 교재든지 그것을 독해의 기술을 익히는 교재로 생각하고 교재에 나열된 내용을 파악해보자. 단원별로 주제를 찾고, 중심내용들을 찾고, 글의 흐름을 정리하다보면 어느새 그 과목의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이해될 것이다.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은 중요하지만 그 정보를 해독할 눈이 없다면 목숨 걸고 정보를 가져온 제임스 본드나 제이슨 본을 실망시킬 수밖에 없다. 공부를 넘어 현대사회를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독해의 기술’을 훈련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