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이 수치를 믿어야 할까. 손으로 셀 만큼 적은 관중이 입장했는데 구단 발표는 정반대다. 메이저리그도 관중수 조작을 일삼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품을 만하다.
문제의 경기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플로리다 말린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전. 마이애미 돌핀스타디움에서 열린 이 경기는 공교롭게도 김병현(28.플로리다)이 선발로 나선 게임이었다. 당시 김병현은 5회 2사 후 홈런 2개를 허용해 아쉽게 10승 달성에 실패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는 김병현의 투구가 관심사였지만 마이애미와 워싱턴 지역 기자들의 초점은 관중수에 맞혀져 있었다. 포스트시즌과 관계없는 팀들의 평일 낮 경기임을 감안해도 입장한 관중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적었기 때문이다.
병현이 1회초 첫 공을 던질 때 관중수는 정확히 375명. 하도 어이가 없던 의 카를로스 프리아스 기자가 직접 세어본 수치다. 풋볼 겸용 구장인 돌핀스타디움은 최대 7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다. 워낙 큰 구장이다보니 이날 관중은 실제 숫자보다 더 적어 보였다.
그러나 경기 뒤 구단 홍보요원이 밝힌 관중수는 믿어지지 않았다. 자그마치 1만 121명이 입장했다는 게 구단의 공식 발표였다. 무려 2700%나 '뻥튀기'된 수치였다. 물론 이 안에는 이미 팔아치운 시즌티켓 수와 프로모션용 티켓, 티켓을 구입하고 경기장을 찾지 않은 관중이 모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감안해도 관중수가 1만 명이 넘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정확한 통계를 생명으로 하는 미국 프로 스포츠에서 관중수를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 충분했다.
워낙 사람이 적었던 덕에 당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선물'도 두둑히 받아갔다. 3루쪽 내야석 한 구간에 혼자 앉아 있던 한 여성은 이날만 파울볼을 3개나 주워갔다. 주위에 사람이 없던 까닭에 홈플레이트와 가까운 3루쪽 뒤편 관중석으로 떨어지는 파울볼은 그의 독차지였다.
프리아스 기자는 "구단 발표는 못들은 것으로 해라. 눈으로 목격한 게 진실"이라고 했다. 의 에이미 쉬플리 기자는 "1만 명은 커녕 400명도 안 된다"고 혀를 찼다. < AP통신 >의 스티븐 와인 기자는19일 자신이 작성한 기사에서 "마이애미에선 평소 3000명 안팎의 관중이 입장하는데 구단은 시즌 평균 1만 2000 명을 넘는다고 한다. 구단이 수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품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일부 스포츠는 관중수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부에 발표하기 민망할 만큼 관중이 적게 들어온 탓에 상당한 숫자를 더하는 게 일상화됐다는 말이 적지 않다. 그러나 숫자의 정확성을 생명처럼 여기는 미국에서, 그것도 메이저리그 구단이 통계 수치를 허위로 발표했다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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