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의 잘못도 큰데 그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우호적이다.

그라운드를 벗어나 관중석에 뛰어든 안정환에 대한 비판보다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스포츠조선을 비롯, 각종 인터넷사이트를 보면 안정환을 지지하는 네티즌이 다수다. 왜 팬들은 안정환에게 돌을 던지지 않고, 따뜻한 눈길을 보내는 것일까.

▶저질 관전문화

그동안 축구의 응원문화, 관전문화는 소수의 마니아층이 주도했다. 열악한 K-리그에서 이들의 존재는 각별하다. 하지만 일부의 편향적인 극단적 언행은 도를 넘어선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사태를 야기한 FC서울 팬은 지극히 사적인 문제로 선수를 괴롭혔다. 민감한 가족 문제를 들먹이며 자존심을 건드렸다.

안정환이 스포츠조선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유럽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모욕이었다"라고 할만큼 도발적이었다. 이런 잘못된 극단적인 발언에 팬들은 등을 돌렸다. 몰상식한 팬들의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이다.

 ▶반지의 제왕에 대한 향수

안정환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스타고 대한민국의 자랑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반지 세리머니,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의 활약은 아직도 팬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다.

대표팀의 간판이자 영웅이었던 안정환의 현재 입지는 좁다. 유럽 재진출에 실패한 뒤 지난 겨울 국내에 정착했지만 과거의 화려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소속팀에서 조차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2군 경기에 뛰어야 하는 상황이다.

대표팀 재발탁 가능성도 희박하다. 서서히 내리막길에 접어든 스타 안정환에 대한 팬들의 안타까움과 사랑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활활 타오른 것이다.

 ▶안정환은 별

이름 있는 선수들은 죄다 유럽에 가 있다. 각 팀의 간판 골잡이들은 브라질 출신의 용병차지다.

K-리그의 스타 부재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안정환은 관중을 끌어모으고, 팬을 열광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몇 남지 않은 대스타다.

팬들은 시즌 초반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신바람을 일으켰던 안정환을 기억하고 있다. 수원구장을 들끓게 했던 그의 화려한 플레이를 잊지 않고 있다. 90년대 말 K-리그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안정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그의 재기에 대한 기대, 희망이 관중석으로 달려간 안정환을 용서하고 감싸게 만든 것이다.
< 민창기 기자 scblog.chosun.com/huel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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