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계획이 무산되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의 ‘무산’을 뚫어지게 쳐다봐도 나올 게 없으니, 일단 ‘霧散’이라 옮겨 놓고….

霧자는 ‘안개’(mist)를 뜻하기 위한 것인데, ‘비 우’(雨)가 의미요소로 쓰인 것은 안개를 비의 일종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務(일 무)는 발음요소이니 뜻과는 무관하다.

散자는 의미요소인 ‘고기 육’(肉�月)과 발음요소인 (흩어질 산)으로 구성된 글자로 ‘雜肉’(잡육)이 본래 의미였다. 그런데, 이 글자(散)가 원래 자신에게 부여된 의미는 마다하고, 그 발음요소( )의 의미, 즉 ‘떼어놓다’(separate) ‘흩어지다’(scatter)는 뜻으로만 쓰이는 매우 희귀한 예다.

霧散(무:산)은 ‘안개[霧]가 걷히듯 흩어져[散] 사라짐’을 이른다. 인생 무상을 느끼게 하는 한 명언을 옮겨본다. ‘세력을 보고 모인 자는 세력이 기울면 떠나가고, 이득을 보려고 모인 자는 이득이 줄어들면 흩어진다.’(以勢交者, 勢傾則絶; 以利交者, 利窮則散 - 王通의 ‘文中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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