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중학교. 3층 ‘영어 도서관’은 점심 시간을 이용해 몰려든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한쪽에선 4명의 학생들이 헤드폰을 끼고 ‘영어 동화’를 듣고 있었고, 다른 쪽에는 원탁에 앉아 영어 잡지를 읽고 있는 학생들이 보였다. 한 무리의 아이들은 비디오 앞에 몰려 앉아 영어 만화 ‘심슨’을 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막도 없이 영어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만화를 뚫어져라 보다가 간간이 웃음을 터뜨렸다.
“다 알아듣지는 못 해도 계속 보다 보니까 영어가 조금씩 들려요. 신기해요.”
1학년 정재현(13)군은 “점심시간마다 여기 와서 만화도 보고 영어 동화책을 읽으니 영어 실력이 조금씩 느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 특별한 영어 도서관(‘Eng lish Park’)은 비어 있는 3개 교실을 개조해 지난 6월 15일 문을 열었다. 도서관은 영어 도서실, 모듬학습실, 영어교사 연구실로 구성돼 있다.
영어 도서실에는 영어 DVD와 비디오를 시청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고, 영어 동화책을 들을 수 있는 어학 기기도 갖춰져 있다. 벽에는 영어로 씌어진 커다란 세계지도가 붙어 있고, 도서관 뒤편에는 영어 잡지도 여러 권 꽂혀 있다. 학생들이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찾아 볼 수 있게끔 대형 영한사전도 놓여 있다.
도서관에 비치된 영어책은 약 1500여권. 대부분 그림이 있는 소설, 수필, 동화책들이고 수준별로 상·중·하로 나뉘어져 있다. 점심시간과 방과 후 1시간 동안 개방하는데, 하루 약 50~60명의 학생들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자습시간마다 영어 스토리북을 각 교실에 보내 전교생이 교실에서 영어책을 읽기도 한다.
선생님들은 ‘심슨’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를 계속 틀어놓아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도서실에 한번 올 때마다 마일리지 도장을 찍어주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도서관 문턱을 낮추고 있다.
헤드폰을 꽂고 동화 ‘미운 오리새끼’를 듣고 있던 양수민(13)군은 “일주일에 3~4번은 꼭 영어 도서관에 온다”고 했다. “심심할 때마다 와요. 심슨도 보고, 책도 읽다 보면 점심시간이 금세 지나가거든요.”
이 학교 김태명 영어담당 교사는 “지구촌 시대를 맞아 학생들이 영어를 자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해질 수 있게 하기 위해 영어 도서관을 마련했는데 예상대로 반응이 좋다”며 “사교육비도 줄이면서 가정 환경으로 인한 영어 수준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