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데 한 두 곳 없는 선수가 어디 있습니까?"
프로야구 선수들이 흔히 하는 호소다.
국내 프로야구는 1년에 정규시즌만 126경기를 치른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경기 수는 더 늘어난다. 전국을 돌며 일주일에 6경기씩 하다보니 피곤하고 힘들다. 부상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다. 요즘처럼 피로가 누적된 시즌 말이면 더 조심해야 한다.
야구는 포지션별로 분화가 확실한 스포츠다. 투수냐 야수냐에 따라 자주 쓰는 신체부위가 다르다. 그러다보니 이들을 괴롭히는 '직업병'도 뚜렷이 갈린다. < 편집자 주>
자의반 타의반 부상이 많기로는 역시 타자들이다.
베이스에 손가락이 부딪혀 접질리는 경우도 있고, 투수들의 공에 맞아 다치는 경우도 많다. 롯데 이진오 트레이너는 "경기전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최대한 부드럽게 만들어도 부상하는 게 야구다. 특히 컨디션이 나쁜 날 억지로 나섰다가 자주 그런 일을 겪는데, 그래서 사전에 코칭스태프와 상의해 경기에서 빠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손목=염좌
타자들이 가장 쉽게 다치는 곳은 바로 손목이다. 물론 스윙 때문이다.
선수들은 한경기에 수없이 방망이를 휘둘러야 하고, 훈련 때는 수백번의 스윙을 해야 한다. 스윙을 해서 제대로 맞았을 때는 아무 영향이 없다. 오히려 짜릿한 손맛이 좋기만 하다. 그러나 빗맞혔을 경우나 헛스윙을 했을 때는 다르다. 방망이를 돌린 손목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
계단에서 내려갈 때 계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발을 내딛었다가 계단이 없어 생각보다 더 발이 내려간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이때 자칫하면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을 할 수도 있다. 헛스윙 때 손목을 다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오른손 타자인 경우엔 왼손목, 왼손 타자는 오른쪽 손목을 자주 다친다. 손목쪽의 유구골을 다치게 되고, 심할 경우엔 뼛조각이 나올 수도 있다. 최근 롯데 신인 손광민이 유구골 부상으로 수술을 받기도 했다.
▶스트레스=위염
내장 쪽 질병으로는 위염을 앓는 선수가 많다. 프로야구 선수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질병으로 봐도 무방하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위염의 최고 원인이다. 예민한 선수는 특히 더 하고, 계절이 바뀔 때 더 많이 발생한다. 즉 지금이 위염을 앓는 선수가 많을 시기인 셈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역류성 식도염을 앓는 선수도 자주 볼 수 있다.
▶치아=마모
모든 힘을 발휘할 때는 대부분 이를 꽉 깨문다. 타격할 때나 송구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야구선수들도 치아가 좋지 못하다. 특히 어금니에 탈이 나는 경우가 잦다. 꽉 깨문 상태에서 충격이 자주 전달되기 때문에 마모되거나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롯데 박기혁 처럼 어금니가 빠진 선수도 있고, 임플란트로 다시 넣은 선수들도 많다고 한다.
▶허리=요통
타자들의 단골 통증 중에 하나다. 역시 헛스윙이 주 원인이다. 어떤 때는 허리에서 '우드득'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고 한다. 처음 아플 때 그냥 놔뒀다가 도지는 경우가 많다.
▶어깨=탈골
주로 수비때 다이빙 캐치를 하다가 발생한다. 머리로 돌진하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다치는 경우도 있다. 어깨에 염좌가 생기는 경우가 다반사. 롯데 이대호의 어깨 탈구도 이때 생겼다. 올시즌 두차례 왼쪽 어깨가 탈구 됐는데 한번은 도루를 하면서 슬라이딩을 하다가 다쳤고, 수비때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가 발생했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이대호에게 슬라이딩이나 다이빙캐치를 될 수 있으면 하지 못하게 한다. 롯데 이진오 트레이너는 "팬들이 보실 때는 너무 성의가 없어 보인다고 화를 내실 수도 있지만 장기 레이스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 팬들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수는 동작 하나하나가 비정상적이다. 자연스러운 궤적과 반대의 동작이 많아 부상도 많다. 팔을 틀고, 어깨를 뒤로 젖히고 하는 등 동작 모두가 몸에 부담을 준다. 투수들의 직업병, 어떤 종류가 많을까.
▶어깨-충돌증후군
어깨를 많이 쓰니 당연히 어깨가 많이 아프다. 그 중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 충돌증후군이다. 어깨 회전근계에 염증 등이 많이 생긴다.
공을 던질 때 어깨를 많이 틀었다 던지는 동작이 원인이다. 이에 따라 어깨 뒤를 받쳐주고 있는 회전근에 충격이 많이 간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이 증상에 많이 시달린다.
치료는 재활이 주가 된다. 스트레칭과 근력 강화 운동을 병행한다. 여기에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치료도 가능하다. 보통의 경우 수술을 하지 않고도 치료가 된다.
▶팔꿈치-내측 측부 인대 파열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토미존 서저리'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일명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이다. 이 전문용어가 익숙하다는 것은 그만큼 흔한 증상이란 의미다. 최근에 삼성 배영수가 받았고, 오승환(삼성) 강철민 신용운(이상 KIA) 등이 수술대에 누웠었다.
이 증상은 팔꿈치 근육이 파열된 것이다. 공을 던질 때 팔꿈치가 정상각도보다 뒤에서 많이 틀어지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러면 팔꿈치의 안쪽 뿐 아니라 바깥쪽과 굴곡근에도 이상이 많이 생긴다.
수술은 다른 부위(보통 팔목쪽) 인대를 떼어다 접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술을 받은 후 회복까지는 최소 6개월 정도가 걸린다.
▶허리-요통
야구선수들에게 허리 통증은 흔하다. 투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증상은 선수라는 특수성 때문에 나타난다. 운동 선수의 경우 허리를 많이 쓰는 관계로 대부분 디스크와 척추분리증 증상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수는 허리를 최대한 폈다가 비틀면서 굽히는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온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투수들은 그래서 허리가 아프다.
치료는 근력 강화운동이 최우선이다. 복배근 운동을 주로 하고, 유연성 체조 등을 곁들인다.
▶발목-염좌
투수들이 공을 던질 때 발목이 땅에 긁히면서 움직인다. 오른 투수의 경우 오른발목, 왼손 투수는 왼발목이 마운드에 긁힌다. 발목을 눕히면서 끌고나오는 동작을 말한다.
정상적인 근육의 움직임은 안쪽으로 수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발목 근육이 바깥쪽으로 팽창하면서 땅에 긁히고, 끌려나오기 때문에 염증이 많이 생긴다. 한화 류현진이 가끔 호소하는 증상이다.
이런 경우 얼음 찜질 등으로 염증을 가라앉힌다. 평소에는 발목 근력 강화운동을 해주는 게 예방책이다.
< 신보순 기자 scblog.chosun.com/bss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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