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느타리버섯 비닐하우스 재배 농가.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찬 기운이 온 몸을 감쌌다. 하우스 안 온도계는 20도. 바깥 온도 32도와는 12도 차이였다. 하우스 윗부분을 따라 설치된 지름 30㎝ 크기 관 3개에서 찬 공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지하 40m에서 끌어올린 찬 공기를 하우스 내로 골고루 뿌려주면서 버섯이 생장하는 데 최적의 온도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농가는 지난해부터 지하의 찬 공기를 끌어올리는 농법을 도입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냉방 전기요금 탓에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여름철 느타리버섯 재배가 가능해지면서 수입이 40% 가량 늘어났다. 겨울철에는 그 효과가 더 컸다. 외부 온도가 4도일 때도 지하 공기를 이용해 12도를 유지할 수 있어 한 달 평균 100만원 가량인 난방비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화산섬 제주의 지형을 이용한 ‘지하 공기 농법’이 냉·난방 비용을 줄이고 수확량을 늘려주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섬 지하 40~60m층에 형성된 공기가 연중 15~18도를 유지하는 데 착안한 신(新)농법이다. 현재 제주도의 85%에 이르는 면적에서 지하 공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땅 속 공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하수를 파는 것처럼 지하 공기층까지 구멍을 뚫어 공기를 끌어올리는 팬(fan)을 설치하면 된다. 이렇게 해서 끌어올린 공기는 여름철에는 2~5도를 내려주고, 겨울철에는 5~8도 올려주는 효과가 있다. 이 지하 공기는 올해 현재까지 채소·감귤 하우스 농가뿐 아니라 양계·양돈 농가, 저장시설 등 제주도 전 지역 63곳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내년에는 농촌진흥청 지역 특화사업으로 확정돼 100개 농가에 추가 설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