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영화 관객은 극장(한 달 평균 1.99편)보다 불법 다운로드(한 달 평균 3.08편)를 통한 영화 관람을 더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상과 달리 20대보다 30~40대가 불법 다운로드를 더 즐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조선일보가 영화 예매 전문 사이트인 맥스무비(maxmovie.com)를 통해 1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별로 2000여 명씩 1만여 명을 대상으로 '2007 대한민국 관객 영화관람 성향'을 e메일 설문한 결과다.

온라인 다운로드를 통한 영화 관람을 가장 즐기는 세대는 10대로 한 달 평균 4.34편이었고, 이후 30대(3.69편), 40대(2.74편), 20대(2.65편), 50대(2.06편) 순이었다. 반면 극장은 20대(2.26편), 30대(2.11편), 10대(2.06편), 40대(1.76편), 50대(1.69편) 순으로 애용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2007 영화관람 성향’ 설문조사… 영화 관객의 이중성 
“다운로드 받는건 불법” 47%… “내 저작물은 다운 받으면 안돼” 44%
불법 다운로드 받는 30대 “애 키워봐라, 극장갈수있나”
 

이번 조선일보의 '2007 대한민국 관객 영화 관람 성향'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다운로드를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관객은 절반 이하(47%)에 불과했다. 1년 전 영화진흥위원회 조사에서는 56%가 "불법"이라고 답했다. 저작권에 대한 준법의식이 더 희박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내가 제작한 콘텐트를 다른 사람이 불법 다운로드로 이용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즉시 법적 대응한다"(25%), "개인적으로 대응한다"(19%), "잘 모르겠다"(41%)는 등의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였고, "무대응"은 15%에 불과했다.

영화를 온라인으로 다운로드받아보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예상외로 “내가 편할 때 볼 수 있어서”(61.9%)라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료 혹은 저렴해서”라는 대답은 19.2%에 불과했고, “혼자 보기 편해서”(11.9%), “영구 소장 가능”(7%)이라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온라인 다운로드를 유료화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받아들인다”(38.7%)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다른 무료 다운로드 매체를 찾아간다”(27.2%), “DVD나 비디오를 본다”(13%), “불법 다운로드를 포기하고 극장에 간다”(11.9%) 순이었다. “그럴 경우 영화를 아예 보지 않겠다”는 과격한 대답도 9.2%에 달했다. 유료화했을 때 적절한 가격은 ‘500~1000원’(45.5%)이 가장 많았고, ‘500원 이하’(37.4%), ‘1000~5000원’(12.1%) 순이었다.

불법 다운로드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급격한 기술발달에 따른 것.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55.3%)가 과반수를 넘었다.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의 관리 미흡”(15.5%), “다운로드 이용자 자신”(15.1%) 등이 비슷한 비율이었고, 그 다음은 “영화 제작자 등 저작권자의 권리 주장 미흡”(7.7%), “정부의 관리감독 미흡”(6.4%) 순이었다.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로는 “불법 다운로드 이용자 스스로의 인식 전환”이라는 대답이 절반 가까이(42.7%)에 달했다. 결국 이용자 스스로의 자발적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온라인 다운로드 사이트 운영자들의 인식 전환”(21.7%), “극장의 적극적인 캠페인”(12.4%), “영화 저작권 소유자들의 적극적 관리감독 및 규제”(11.7%), “정부의 관리감독 및 규제”(11.6%) 등은 그다음이었다.

인터넷이나 게임, 여행 등 놀이문화가 다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가로서의 영화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년간 영화(극장·TV·다운로드 포함)를 본 횟수는 그 전년도보다 “증가했다”(45%)와 “비슷하다”(38%)는 대답이 “줄었다”(17%)보다 훨씬 많았다. “지난 1년간 영화를 볼 때 가장 즐겨 이용한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극장(61.1%), 케이블채널(14.5%), 온라인 다운로드(13.1%) 비디오·DVD(9.6%), 지상파 TV(1.8%) 순이었다.

극장서 보고 싶은 영화 1위 트랜스포머, 2위 다이하드 4.0 

극장 가서 보는 영화는 따로 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대한민국 관객들은 '극장용 영화'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절대적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개봉 영화('디 워' '화려한 휴가' 등은 불포함) 중 온라인 다운로드를 받지 않고 극장에 가서 보고 싶은 영화를 단 한 편만 골라달라고 질문하자, '트랜스포머'(28.4%)가 1위였고, '다이하드 4.0'(11.1%), '스파이더맨 3'(8.1%),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8.0%)가 그다음을 이었다. 특히 극장 관객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20대는 무려 50.1%가 '트랜스포머'를 1위로 꼽았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는 할리우드 특수효과의 신기원을 이룩했다고 평가받는 로봇 액션물. 요즘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끄는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객관식 설문에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27.2%), 한국영화(12.6%), 일반 외화(8.2%), 예술영화(2.6%) 순으로 '극장에 가서 보고 싶은 영화'를 꼽았고, '종류 불문'이라는 대답이 49.4%로 가장 많았다. 장르별로는 액션(44.2%), 공포·스릴러(16.3%), 드라마(10.1%), 코미디(7.6%) 순이었다.반대로 "인터넷으로 다운로드받는 영화는 어떤 영화가 우선이냐"는 질문에는 '종류 불문'이 55.8%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외화(15.2%), 한국영화(13.3%), 할리우드 블록버스터(13.2%) 예술영화(2.5%) 순이었다.

■1만384명 8월 한 달간 이메일 조사 

390만명의 회원을 가진 국내 최대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maxmovie. com)를 통해 1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별로 2000여 명씩 총 1만384명에게 8월 한 달간 e메일로 답변을 받았다. 한 번이라도 극장 관람 경험이 있는 회원이 대상. 이들이 매주 발표하는 주말 예매순위와 실제 영화 흥행순위는 약 90%의 일치도를 보인다고 맥스무비측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