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진짜야 가짜야?’

요즘 케이블 채널은 ‘진짜 같은 가짜’ 천국이다. ‘조민기의 데미지’(Comedy TV),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이하 tvN), ‘위험한 동영상 sign’ 같이 불륜, 치정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 페이크(fake) 다큐멘터리가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크 다큐란 허구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포장해 보여주는 장르. ‘조롱하다’는 뜻의 영단어 ‘mock’와 ‘documentary’가 합쳐진 ‘모큐멘터리(mockumentary)’로도 불린다.

이 프로그램들은 분명 실제 상황이 아니지만, 모자이크 처리, 음성변조, 몰래 카메라 동원 등 재연을 희석시키는 장치를 둬서 시청자를 헷갈리게 한다.

불륜 상황을 재연한 페이크 다큐‘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한 장면. 연기이지만 모자이크 처리로 배우들의 얼굴을 가려 마치 실제 상황을 포착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스토리는 작가 2~3명이 주변에서 들은 사연을 모티프 삼아 만들어낸다. 대개 ‘의뢰남(녀)’ ‘외도하는 배우자’ ‘내연남(녀)’ 등 주연 배우 3~4명은 전문 대역배우를 쓰고, 보조역은 엑스트라 전문업체인 ‘한국예술’에서 조달하거나 연기지망생을 쓴다. 주연 대역의 출연료는 회당 40만~50만원선. 모자이크로 얼굴이 가려지기 때문에 배우의 겹치기 출연은 비일비재하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촬영은 일반 가정집을 빌려 한다. 대여료는 하루에 20만원 정도. ‘…스캔들’의 외주제작업체 ‘HOW’ 관계자는 “회당 제작비는 약 2000만~2500만원으로 지상파 재연 프로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관음 욕구를 교묘히 자극한 결과 시청률은 ‘대박’ 수준이다. ‘…스캔들’의 경우 지난달 최고시청률 4.8%를 기록한 데 이어 평균시청률 3%대를 이어가고 있다. ‘…sign’과 ‘…데미지’도 각각 최고시청률 2.1%와 1.2%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케이블에서는 시청률 1%만 넘으면 성공한 것으로 인식된다.

페이크 다큐의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방송위는 지난 5월 ‘…스캔들’에 재연 프로 명시를 경고한 데 이어 지난 21일 개선이 충분하지 않다며 또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에 대해 tvN측은 “방송 시작 직전과 마지막에 자막 고지를 하고 방송 중간에도 두세 차례 ‘재연’ 표시를 프로 좌측 상단에 띄운다”며 “방송심의규정에 재연 표시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우리도 어느 수준으로 해야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윤호진 한국방송진흥원 책임연구원은 “페이크 다큐는 원래 극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탄생한 기법인데 시청률을 노린 눈요깃거리로 활용되고 있다”며 “관련 심의규정을 빨리 마련해 페이크 다큐 범람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