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李明博) 후보가 20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개표결과, 박근혜 후보에게 신승(辛勝)하고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박 후보는 경선 승복을 선언했다. 이로써 치열한 검증공방 등으로 1년 이상 끌어온 ‘이명박·박근혜 전쟁’은 막을 내리고 한나라당은 본격적인 대선체제로 돌입했다. 하지만 이 후보와 박 후보의 표차가 2452표(1.5%)로 초 접전 양상을 보여 앞으로 당 결속에 장애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대의원·당원·국민참여 선거인단(유효투표수 13만893표)의 현장투표와 여론조사(3만2724표)를 합산한 전체 16만3617표 중 총 8만1084표(49.56%)를 득표, 7만8632표(48.06%)를 얻은 박 후보에 승리했다. 이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에선 박 후보에게 432표 뒤졌으나, 여론조사를 환산한 표 수에서 2884표 앞서 전세를 뒤집었다. 원희룡 후보는 2398표(1.47%), 홍준표 후보는 1503표(0.92%)를 얻었다.
이 후보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에 한없는 경의를 표하며 기쁜 마음으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저를 지지했든 하지 않았든 우리는 모두 하나”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저와 한나라당은 정권교체와 세계 일류국가 건설에 뜻을 같이하는 모든 분들과 손을 잡겠다”며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덧셈의 정치를 하겠다”고 밝혀, 한나라당 외부세력과의 연대의사를 밝혔다. 이 후보는 패배한 박 후보에 대해선 “(정권교체를 위해) 중심적 역할을 해 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고 했다.
박근혜 경선후보는 이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인사말을 통해 “저 박근혜는 경선 패배를 인정한다. 경선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며 경선 승복을 선언했다.
이 후보는 수락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검증문제와 관련, “이번 경선과정을 통해 아마 역사적으로 국내외에 이런 일이 없을 정도로 검증을 받았다. 앞으로 본선에서 검증이 있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가진 해단식에서 이 후보는 “당내 싸움이라 힘도 잘 못 쓰고,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참았다”며 “앞으로 더 큰 세력과 싸워야 한다. 지지세를 결집하려면 지금부터 더 잘 뛰어야 한다. 경선 승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 후보는 경선 승복 선언에 이어 “오늘부터 저는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백의종군(白衣從軍)하겠다”면서 “경선 과정에 있었던 모든 일을 잊고, 순수한 마음으로 당의 정권 창출을 위해 힘을 합쳐 달라”고 했다. 박 후보는 “이제 치열했던 경선은 끝났다. 경선과정에서의 모든 일을 잊어야 한다”며 “하루에 안 된다면 몇 날에 걸쳐서라도 잊고 다시 열정을 채워서 저와 함께 당 화합에 노력하고, 그 열정을 정권교체에 쏟아야 한다”고 호소해 대의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박 후보가 이날 전당대회를 마친 뒤 승용차 편으로 떠날 때 박 후보 지지자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박근혜” “힘내세요”를 연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