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중에는 수학과 영어 점수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지만 사회와 도덕같이 기억해야 할 것이 많은 과목에서는 제 능력 발휘를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지능검사를 해 보면 추상적 사고력과 개념 파악 능력은 매우 높은 반면에 단기 기억 능력과 청각적인 주의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다시 말해 언어나 기호가 갖는 의미와 특징을 변별해서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단순한 자료를 머릿속에 잠시 저장하고 인출하는 과정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사소한 실수가 잦고 단순한 정보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적합한 공부 방법 중 하나는 내용을 이미지, 즉 그림으로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다. 평면적이고 밋밋한 교과서 내용을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바꾸어 그림으로 떠올리게 하면 기억력과 이해력을 높일 수 있다. 영상세대라 불릴 만큼 다양한 이미지에 노출되어 온 아이들인 만큼 글이 아니라 그림으로 내용을 익히는 것을 훨씬 쉽고 편안하게 여긴다.
예를 들어 ‘생물체는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몸의 일부가 잘려나가도 스스로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는 내용을 공부할 때 ‘고양이가 도마뱀의 꼬리를 물자 도마뱀은 꼬리를 버리고 도망갔다. 며칠이 지난 뒤 멀쩡한 꼬리를 가진 도마뱀이 고양이 앞에 나타나자 고양이가 깜짝 놀란 표정을 하고 있다’와 같은 재미있는 그림으로 바꾸어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다.
내용을 그림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을 차분히 해야 한다. 복식호흡으로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는 것을 반복하여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줄 때 이미지를 더 잘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의 눈을 감게 하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눈앞에 있는 것처럼 가능한 생생하게 떠올리도록 한다.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익숙하지 않거나 상상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금방 눈을 뜨고 다 그렸다고 하기 쉽다. 이때는 다시 눈을 감고 더욱 생생하게 그려보도록 지시해야 한다. 쉽고 재미있는 이미지를 포함하는 지문으로 시작해서 충분한 시간을 그 장면을 떠올려 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본 후에는 그것을 종이에 간단하게 옮겨 그리도록 한다. 아이의 나이가 어리거나 처음 연습을 시킬 때는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를 이용해서 머릿속에 그린 것과 비슷하게 그리도록 하고, 여러 번 연습을 해 본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에게는 연필로 간단하게 그리도록 해도 좋다. 지시문에 숫자나 색깔이 나올 경우 글자를 이용해도 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고 지시문을 정확하게 기억해 내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게 하면 이미지로 기억하는 것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