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평생의 반려자를 고를 때 남자에게 바라는 조건은 진화심리학의 연구 주제이다. 미국 미시간대의 데이비드 부스 교수는 6대륙 37개 문화권에 속한 1만여 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짝짓기 심리를 연구하고, 1994년 ‘욕망의 진화’(The Evolution of Desire)를 펴냈다. 부스는 이 책에서 여자들이 돈 많고, 사회적 지위 높고, 머리 좋은 남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신뢰감, 야망, 근면성, 건강상태 등도 여자들이 짝을 선택할 때 중시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남자가 드물뿐더러 그러한 상대와 부부가 되는 행운을 누리는 여자도 많지 않다.

보통여자들은 보통남자들과 결혼하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남편이 이상형의 조건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 순간이 불쑥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 여자가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의 맹목성은 짝짓기 승부에서 완벽한 배우자를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훌륭한 핑계 거리가 된다.

여자가 남자에게 끌리는 까닭은 사랑이 일종의 화학작용이기 때문이다. 짝짓기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체의 화학작용으로는 생리주기, 섹스, 몸 냄새를 꼽을 수 있다. 2006년 4월 캘리포니아대의 마티 해즐턴 교수는 남자들은 여자들이 배란기에 즈음해서 풍기는 체취에 더 끌리고, 여자들 또한 생리주기의 다른 때보다 배란기에 훨씬 더 남자의 성적 매력에 현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남녀 모두 임신 가능성이 높은 배란기에는 상대방의 어떤 조건보다도 성적 욕망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성욕은 물론 사랑과 동의어는 아니다. 사랑 없는 섹스는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그러나 섹스는 좋은 배우자를 선택하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 ‘옥시토신(oxytocin)’ 때문이다. 뇌에서 합성되어 혈류로 방출되는 화학물질이다. 옥시토신은 사랑하는 남녀가 포옹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하는 호르몬이다. 섹스를 끝낸 뒤 남녀가 서로 껴안은 채 새벽녘까지 함께 지내는 것도 옥시토신 덕분이다. 이처럼 섹스는 배우자감으로 여기지 않던 상대에게도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므로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남자를 찾으려는 노력을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동거해 본 뒤 결혼 여부를 결정한다는 젊은이들의 속셈은 반드시 현명한 것 같지만은 않다.

남자의 몸 냄새 또한 여자들의 배우자 선택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과학자들은 여자가 유전적으로 적합한 짝을 고를 때 남자의 몸 냄새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혀냈다. 남자들의 체취가 밴 티셔츠를 여자들에게 나눠주고 코로 맡도록 했는데, 여자들은 ‘주 조직 적합성 복합체’(MHC·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의 유전자가 자신과 다른 남성의 티셔츠 냄새를 더 좋게 평가했다.

모든 세포의 표면에 붙어 있는 MHC 분자는 면역체계로 하여금 병원균과 세포를 구분하게 하는 단백질이다. MHC 유전자가 다양할수록 면역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MHC 분자는 규칙적으로 교체되어 못쓰게 된 것은 분해되어 땀으로 배출된다. 여자들은 남자 티셔츠의 땀에서 MHC 냄새를 맡고 자신과 유전적으로 다른 남성의 체취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여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다른 MHC를 가진 남자를 짝으로 선택함으로써 근친 간의 성관계로 문제아가 태어날 위험을 사전에 예방한 것이라고 설명된다.

2007년 1월 뉴멕시코대의 크리스틴 가버-애프가 교수는 유전적으로 유사한 부부들의 경우, 아내들이 성적으로 덜 충실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부인들은 MHC가 다른 외간 남자에게 더 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부부의 MHC 유전자가 50% 동일하면 아내가 바람을 피울 확률은 50%라는 것이다.

해즐턴 교수는 우리가 배우자를 고르는 기회는 9%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100명의 상대 가운데 처음 만난 9명 중에서 한 사람을 짝으로 선택한다는 뜻이다. 하물며 인체의 화학작용이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짝짓기에 개입한다고 하니, 이상형의 배필을 구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