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LG는 1년에 9번씩 '같기도' 잠실 경기를 치른다. '이건 원정도 아니고, 홈도 아녀.' 즉, 홈구장에서 치르는 원정경기다. 엄연히 홈구장인 잠실에서 경기를 하면서도 1년에 9번은 원정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이때문에 해프닝이 끊이지 않는다.
5일 경기 개시 30분 전인 오후 4시30분. 두산 코치실에서 기자와 한창 얘기를 나누던 윤석환 투수코치가 갑자기 벽시계를 보더니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선다. "어이쿠, 이거 뭐야. 내가 왜 이러고 있어. 빨리 샤워해야 겠네." 잠실구장에선 으레 홈이었으니 먼저 훈련을 끝내고 들어와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던 버릇이 그대로 나왔다. 속성으로 땀을 씻고 나온 윤코치는 "오늘 원정인걸 깜빡 잊었다"며 급히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경기 중에는 '번지수 착각'이 있었다. 두산 선발 리오스가 3회말 박용택을 2루수앞 땅볼로 유도한 뒤 커버 플레이를 위해 1루쪽으로 내달렸다. 타구는 2루수 고영민에게 잡힌 뒤 얌전히 1루로 송구돼 공수 교대. 그러자 리오스는 뛰어가던 탄력에다 늘 하던 버릇까지 겹쳐 1루 덕아웃쪽으로 한걸음 더 옮기다가 멈칫하며 90도로 돌아 3루쪽 두산 덕아웃으로 향했다.
양 팀 선수들은 똑같은 잠실 구장이라도 3루쪽에서 바라보면 어색하다며 싫어한다.
이런 사정을 잘 알기에 양 팀은 한가지만은 묵과해 준다. 3루쪽 덕아웃 뒤에 라커룸이 있는 LG가 홈경기일 때면 양 팀의 덕아웃과 라커룸이 반대가 된다. 1루쪽 LG 덕아웃 뒤에는 두산 라커룸이, 3루쪽 두산 덕아웃 뒤에는 LG 라커룸이 있다.
그래서 경기 전 훈련을 끝낸 뒤 질러가기 위해 두산 선수들은 1루쪽 LG 덕아웃, LG 선수들은 3루쪽 두산 덕아웃을 통과해서 라커룸으로 들어가도 그냥 못 본체 한다. < 박진형 기자 scblog.chosun.com/gilbert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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