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군의 사람들을 태운 마차 한 대가 트란실바니아의 산중을 달려간다. 여기엔 런던에서 온 부동산중개업자 렌필드도 타고 있다. 그는 마을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밤늦게 드라큘라 백작의 성으로 향한다. 백작이 흡혈귀라는 사실을 모르고 그의 성을 찾아간 렌필드는 결국 백작에게 피를 빨리고 노예 신세가 된다. 미치광이가 된 렌필드와 함께 런던에 도착한 드라큘라는 호시탐탐 희생자를 물색하고 습격하여 런던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다. 한편 네덜란드 출신의 반 헬싱 박사는 일련의 조사 끝에 드라큘라 백작이 흡혈귀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흡혈귀 전승을 소재로 삼은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무성영화 시기부터 지금까지 수차례 영화화되었는데 그중 고전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토드 브라우닝 감독의 1931년 작품이다. 오늘날의 관객들에겐 오싹한 느낌을 주는 호러영화라기보다 낭만적인 동화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다. 안개, 그림자, 어둠과 같은 요소들을 통해 영화적 무드를 창출하는 방식, 드라큘라의 느릿하면서도 사뭇 우아한 제스처 등에서 당대 유럽(특히 북구와 독일) 영화의 영향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유럽출신의 명장으로 미국에 건너와 활동하던 칼 프로인트가 촬영을 맡았다. 여기서 드라큘라 백작을 연기했던 벨라 루고시는 당대를 대표하는 호러배우가 되었고 인기를 잃은 이후에도 여러 호러영화에 출연했는데, 심지어 죽은 뒤엔 드라큘라 복장을 입은 채로 땅에 묻혔다고 전해진다. 원제 : ‘Dracula’. 1931년, 75분, 컬러영화. ★★★☆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