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다. 나는 일년 내내 휴가다 ㅋㅋ. 바꿔 말하면 일년 내내 일한다는 얘기. 타고난 팔자지 뭐. 전투경찰(124기) 출신인 나는 전경생활 중에도 24시간 대기조였거든. 오늘은 내가 전경생활 중 휴가 나와서 겪은 상황을 소개할까 한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작때기' 두 개 때 정기휴가를 나와선 친구들하고 남산 타워호텔 수영장을 점검차(?) 방문했다. 쬐끔 놀던(?) 시절을 마감하고 전경에 지원한 나와는 달리 친구 녀석들은 계속 놀고 있었다. 부모님을 괴롭히면서.
자,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 보자. 남자들? 지금은 뭐 몸 만들기 3개월 코스가 있으니, 돈과 시간만 있으면 거의 몸을 조각할 수 있는 몸짱이야 흔하다. 당시엔 몸짱은 커녕 일단 갈비를 가리는 게 더 급하다. 그럼 여자는? 거의 대부분 쌩얼. 말이 좋아 쌩얼이지 그땐 물속에서도 버텨내는 화장품이 없던 시절 아닌가. 그야말로 X-레이로 얼굴을 비춰주던 시절이다.
글래머? 물론 그땐 그런 단어조차 몰랐다. 거의 대부분의 여성들은 뽕브라에 자신을 묻어야 했다. 그런데 수영장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일대 사건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표지판 사수 대소동'이다.
수영장 폐장 전날 마지막을 아쉬워한 '날라리들'이 지는 해를 원망하고 있을 무렵. 이게 꿈인가 생신가? 그야말로 잡지, 그것도 청계천에서 뒷거래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는 그거, 뭔 말인줄 몰러? '플레이xx' '팬트xxx'…뭔 말인줄 알지? 거기에 나올 법한 모델 뺨치는 여자, 그것도 분명 한국여자. 수영복도 국내에서 처음 보는, 아니 아직 아시아에 소개된 적 없는, 아랫도리를 옆에서 끈으로 매는 그런 수영복. 와, 미치겠다. 기껏 원피스 아니면, '빤쓰 위에 조각치마' 달려있는 촌스런 수영복만 봐온 우리 눈엔 그야말로 신의 축복이었다.
순간, 우린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왜냐고? 더이상 묻지마라. 난 돗자리를 내 하반신 위에 얼른 올려놔야만 했다. 딴 놈들보다 거시기가 '유난'을 떨었기 때문…$%#(빡빡 기느라 여자구경 못했으니, 쯧쯧쯧)
거기까진 좋았지. 근데 그 여자 대미를 장식하고자 했는지, 풀장으로 다이빙을 했다. 아뿔싸! 결국 사건은 터졌다. 어설픈 배치기 다이빙 덕분에 팬티끈이 그만 풀리고 만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 설상가상, 아이고 아이고~그 손바닥만한 팬티가 하필이면 배수구로 쏙 빠질 건 또 뭐람? SOS를 쳤지만 누구도 도우러 달려올 생각을 않는다.
당황하던 순간, 뭔가를 발견하고 그녀가 바쁘게 이동했다. 그 뭔가는 폐장을 앞두고 한쪽 구석에 쌓아놓은 각종 팻말들. 팻말 하나를 어렵게 집어 들고 물밖으로 나온 그녀. 한데 이건 또 뭐여? 하필이면 그 팻말에 이런 문구가 씌어 있었다. "차례차례 줄을 서시오!" 얼굴이 벌개진 채 얼른 다른 팻말로 교체. 아뿔사! "수심 2m!" 또다시 팻말 교체. "소인 2000원 대인 3000원!" 안돼 안돼 이것두 안돼~. 다음 팻말, "꼭 모자를 쓰고 들어 오시오!" 갈수록 태산. 이제 남은 팻말은 달랑 한개. 그녀는 불문곡직하고 마지막 팻말을 들고 탈의실로 뛰기 시작했다. 뛰어가는 그녀의 마지막 팻말 문구는 지금도 내 뇌리에 정확히 박혀있다. "앞문이 막혔으니 뒷문으로 오시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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