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는 정말 위기인가. 최근 왕위전을 가까스로 방어함으로써 무관(無冠) 전락을 면했지만 '국보(國寶) 기사'의 위상은 옛날 같지 않다. 올 들어 이창호는 왕위전 이전까지 국내외 기전 결승 또는 도전기에서 5연패를 했다. 특히 윤준상(국수전) 박영훈(후지쓰배) 강동윤(전자랜드배) 등 20세 전후 국내 젊은 기사들에게 잇달아 우승컵을 내줌으로써 바둑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올해 이창호와 직접 맞서 타이틀을 따낸 소장 스타 '반란 3인방'을 통해 이창호의 '현재'를 점검해보기로 했다.

〈물어본 내용〉

▲이창호 왕위의 1년 전과 지금을 비교한다면?
▲대국 중 이창호 왕위의 신체 컨디션 이상을 느낀 적이 있나.
▲이창호 왕위의 강점.
▲이창호 왕위의 초 중 종반 중 가장 위협적인 부분을 꼽는다면.
▲이창호는 현역 최강자인가.

▲ 사진 = 유창우 조선영상미디어 기자canyou@chosun.com

◆박영훈(22·후지쓰배 결승전 승리₩대 이창호 총전적 7승 10패)
①실수가 많아졌다. 특히 속기(速棋)의 경우 빈도가 높다. 예전 이 사범님 같으면 상상도
못할 실수가 나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
②몸 상태가 다소 안 좋으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대국 중 직접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은 없
었다. 예전처럼 복기도 충분한 시간 속에 진행했다.
③생각의 폭이나 발상의 방향이 남다르다. 국지전에서 싸우지 않고도 우위에 서는 길을 잘
찾아낸다. 복기할 때 보면 굉장히 많은 수를 보고 있다.
④중반. 요즘 이 사범님의 패배는 대부분 실수에서 비롯되는 것이어서 종반은 상대적으로 쉽다.
⑤현재 기세로 본다면 세돌이 형이 최강인 것 같다.

◆윤준상(20·국수전 3대1승, 왕위전 2대3패₩대 이창호 총전적 5승 6패)
①실수가 자주 등장한다. 올해 국수전 1국은 다 졌던 바둑인데 이 사범님의 터무니없는 착
오로 이겼다. 이 사범님은 다른 기사들과의 대국에서도 이런 경우가 몇 번 있었다.
②찬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는 경우가 많아졌다. 머리의 열기를 식히기 위한 것이라고 들었다.
③판을 짜 나가는 솜씨, 바둑을 자기 페이스로 이끌어가는 운영 능력은 여전히 최강이라고
생각한다.
④중반전. 간혹 초반을 잘 짜 놓아도 이 국수님의 중반 반격이 두려웠다. 상대적으로 종반은 견딜 만했다.
⑤이세돌 사범님. 현재의 성적이 기준될 수밖에 없다.

◆강동윤(18·전자랜드배 2대1승, 대 이창호 총전적 3승 2패)
①강수(强手) 구사 비율이 예전에 비해 훨씬 높아져 뜻밖의 난전으로 번지는 경
우가 늘어났다. 또한 예상 밖의 실수가 많아졌다.
②다섯 판 모두 속기로만 대국해서인지 특별히 힘들어 하시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③바둑의 골격을 형성해 나가는 힘이다. 막상 부딪쳐보면 굉장히 묵직한
느낌을 준다. 대응하는 입장에선 막막하다.
④초반전. 과거 이 국수님 약점이 초반이라고들 했다는데 아닌 것 같다. 중반은 기사들
모두가 강해져 큰 차이가 없다. 종반은 긴 시간 바둑을 두어본 뒤에야 느낌이 올 것 같다.
⑤이세돌 사범님. 상대하기가 좀 더 까다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