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서 손꼽히는 피서철 명소인 강릉 경포해수욕장. 맑은 물에 넓은 백사장, 주변에 송림과 호수가 있어 풍광을 더한다. 그러나 경포해수욕장에 여름철을 맞아 설치한 번지점프대 앞에는 10년 넘게 버려진 흉물스런 건물이 있다. 건물 앞에는 ‘경포비치 콘도미니엄’이라는 제법 그럴듯한 표시도 있다. 그러나 강릉지역에서는 ‘미조 콘도’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특히 강릉시 직원들은 손을 내젓는 지긋지긋한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강릉시가 경포해수욕장 주변의 노후 불량 건물에 대한 철거에 나서면서 미조 콘도의 처리를 위한 해법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강릉시도 미조 콘도를 경포 환경정비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대상으로 보고 있다. 미조 콘도는 1984년 사업계획 승인을 얻어 건물을 지어 분양했다. 부지 면적이 5000㎡에 건축연면적이 3400㎡ 정도이다. 부지 가운데 절반 이상을 국유지와 시유지를 임차해 사용했다. 지하1층, 지상 2층 건물로 56실로 구성돼 있다. 강릉시에 따르면 콘도 분양계약을 맺은 사람은 65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초기부터 누수 등 부실공사 시비가 일면서 불과 3년 정도만 영업을 한 뒤 문을 닫고 방치돼왔다. 현재 미조 콘도는 흉가나 다름없다. 강릉시는 우범지대로 전락하자 10여년전 해안 쪽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가 뜯겨나가 건물 내부가 노출되고 있다. 건물 안은 폭격을 맞은 것 같았다. 벽지는 썩었고 빗물이 흘러내려 바닥에 고여 있었다. 또 콘도에 설치돼 있던 싱크대 등 시설물에다 외부에서 갖다버린 쓰레기가 가득 쌓였다.
강릉시는 올해부터 경포해수욕장 일대의 노후 불량건물 철거에 나서고 있다. 이미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에 있는 해안지구 등 모두 26채를 없앴다. 또 미조 콘도 인근 송림지구도 철거 대상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두통거리는 미조 콘도다. 워낙 오랜동안 방치된데다 콘도 운영 법인도 사실상 없어 협의도 어려운 상태이다. 또 막상 강릉시가 조치에 들어갈 경우 콘도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대응에 나설 것이 불 보듯 뻔해 선뜻 나서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강릉시는 내부의 쓰레기도 처리하지 못한다. 지난 2월 IOC의 동계올림픽 후보도시 실사 당시 조사위원들이 볼까봐 건물 앞쪽 일부에만 눈가림으로 페인트를 칠하기도 했다. 특히 미조 콘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경포도립공원의 층고 규제가 완화돼 바로 옆 부지에 콘도 건립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승산레저는 요지를 차지한 미조 콘도 부지를 포함해 개발할 의사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강릉시가 우선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미조 콘도는 국공유지를 사용하면서 대부료도 수억원을 체납하고 있다. 또 관리 법인도 없는 상태이다. 이에따라 강릉시는 우선 법률적 검토를 거쳐 철거나 명도 소송을 낼 방침이다. 최명길 관광사업추진단장은 “토지 소유권이 복잡하게 나뉘어 있고, 콘도를 분양받은 사람들의 권리도 있기 때문에 강제 집행은 어렵다”며 “곧 전문가의 법률 자문을 받아 구체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